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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2011년 5월 9일 인스턴트 일상과 작은 꿈

어쩌다 나의 과거를 들춰 볼 때가 있다. 지금이 그 시점.
방송사에 들어온 게 2005년, 나간 게 2009년, 다시 들어온 게 2010년, 그리고 지금은 2011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철마다 돌아오는 개편, 이제는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이야기, 부장님은 이런 나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넌 자판기야. 누르면 바로 나오거든.
이게 좋은 말일까? 이 칭찬이 아프다. 난 어느새 자판기가 되 버린 거다. 싸구려 커피가 자판기 사이로 줄줄 흐른다. 영양가 없는 인스턴트 커피. 이 커피가 한때는 꿈이었던 이 공간의 리얼 현실이다.

며칠전 이대 친구들이 인터뷰를 한답시고 울 팀에 방문했다. 부장님은 급한 회의가 있다고 도망가고, 남은 나와 몇몇 선배들이 인터뷰를 대신했다. 이 인터뷰를 마치면서 느낀 어떤 것.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꿈인 공간이구나. 내게도 역시 이곳은 꿈인 공간이구나.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구나. 게다가 이 현실이란 게 참으로 비루하구나.

종편이 생기면서..
친한 선배들이 많이 떠났다.
그곳으로 간 친한 선배의 이야기

"선배들은 만나기만하면 얼마받았냐고 궁금해하는데, 세상이 정말 돈의 가치로 정해져야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곤 해. 이번이 아니면 이땅에 태어나서 뭔가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라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잘들 이해를 못하더군 ㅋㅋ . 이처럼 스릴과 눈물이 가득한 도전은 다시 없을 듯해. 종편의 성공 실패와 관계없이 인생의 발자국으로 남길 수 있겠지. 하지만 또 장기적으로 보면 어디서나 자신의 꿈을 키울 공간이 있다면 그곳이 자신이 설 자리이기도해."

결국
종편이든, 기존의 방송사든,
이미 미디어 시장에 진입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그곳에 진입하고자 지금 이 시간에도 여기저기를 헤매는 취업준비생이든....
모두 꿈에 대한 이야기며,
모두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노력하면 얻을 수 있을까?
노력하면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라고 이야기하진 못하겠다. 나도 여전히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할 위치는 아니다.
그렇게된다고, 행복하다고 이야기하지도 못하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세상이 꿈꿀 생각조차 못하는 현실이 되서는 안된다는 것..
자신의 꿈을 키울 여백은 비루한 공간 한 켠에 적어도 0.1평은 가지고 있는게 좋다는 것. 

그래서..
난 오늘도
낡은 커피 자판기 앞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일상이 나의 꿈을 키워나갈 것을 믿으며..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