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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3월 2일. 올레길을 걷던 나의 모습.. 그대로.. 가는거다.

내가 참 매력적이라고 느낄 때, 누군가 참 멋지다고 느낄 때,
그 느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장인 것 같다.
성장과 성공은 확실히 다른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성장은 느릿느릿, 식빵을 베어물고, 생수 한 병을 베낭에 넣은 채, 우와~ 감탄사를 지르면서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다시 돌아나오는 과정, 예기치 않은 길 위의 인연에 들떠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올레길 여행과 맞다아 있다면,
성공은 렌트카를 몰고 해변도로를 일주하며, 추천 명소로 알려진 공간을 찍고 또 찍는 나 홀로 관광 여행과 비슷한 것 같다.

지난주 제주도를 다녀왔다.
4일 동안 올레길을 걷고 또 걸었다.
많은 사람을 만났다.
10년 동안 IT기업을 경영하다, 제주도가 좋아 서울 생활을 접고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아저씨.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틈만 나면 홀로 올레길을 찾아 온다는 아주머니,
365일 중 360일을 학원에서 보내고, 나머지 5일은 제주도에서 미친듯이 걷는다는 수학 선생님, 
결혼 16년만에 처음으로 가족에서 벗어나 홀로 여행왔다는 아줌마,
언젠가는 제주도에 치유 카페를 만들고 싶다며, 방학때면 제주도로 내려온다는 임상치료사,
덩치도 좋고, 웃는 모습도 사랑스러운, 그러나 뭔가 세상의 불행이 곧 이 녀석에게 다가올 것만 같은 쓸쓸한 느낌을 지닌 20대 청년,
남녀 분리된 게스트숙소 앞 의자에서 새벽까지 두 손 꼭 잡고 조잘조잘대는 대학생 커플. 
귀엽고, 사랑스럽고, 쓸쓸하고, 멋지고, 슬퍼보이는 수많은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삶은 아프고, 인간은 고독하며, 관계는 삐걱대지만..
그런 것쯤은 1만 5천원짜리 게스트하우스와, 그 앞에 펼쳐진 작은 오솔길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와,
함께 나누는 소주 한 병으로, 어쩌면 툴툴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런 작은 여유조차 가질 수 없는 우리의 강팍한 마음,
그리고 그런 여유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냉정함.

사회의 냉정함을 바꾸는데는 지리한 시간과 결코 이뤄내기 어려워 보이는 연대와 게으름과 타성이라는 본능을 이겨내야만 가능한 창의적 실천이 필요하다. 쉽지만은 않다는 거다.
그러나 이 쉽지 않은 것이 올레길에서는 가능하다. 여기서는 누구든지 지리한 시간을 버티고, 아무와도 쉽게 연대하며, 아침 7시면 이불을 박차고 튀어 나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올레길을 여행하는 심정으로 세상과 만난다면, 세상 곳곳이 올레길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강팍한 마음이다.
별 것 아닌 것에 짜증내고, 별 것 아닌 것들에 작은 여유조차 저당잡히며,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세상은 언제나 내편이 아니라고 투덜대며,
그러면서도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만사 귀찮다고, 어제와 똑같이 투덜대며,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내 자신이 문제라는 거다. 

적어도..
올레길을 걷던 나는... 그리고 너는..
참 매력적이었다. 그 여행 속에서 나는 마음도, 몸도 단단해졌다. 약 2% 정도 성장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 느낌이 참 좋았다.   

다시 돌아온 일상..
내 일상에 어떤 오형일의 발자국이 그려질까?

그 올레길의 느낌을 간직한다면..
난 좀 더 생기있고, 좀 더 발랄하며, 좀 더 여유있으며, 좀 더 내 것을 뜯길 줄 알고, 좀 더 내 삶에 충실한..
그래서 좀 더 매력적인 내가 될 거다.

잊지 말자... 
올레길을 걷던 나의 모습..
 
좀 멋졌거든.. 
짱이었어.. 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