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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즐거움/유목과 제국

[유목의 눈으로 본 세계사] 5부 유목의 무대, 중앙유라시아4



중앙아시아 유람의 마지막 장은 지금의 카자흐스탄에서 시작합니다. 시르다리아 강의 북쪽에는 거대한 카자흐 스텝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거대한 초원은 볼가강을 넘어 헝가리의 도나우강 입구까지 이어집니다.. 이 스텝의 스케일은 어마합니다. 남쪽으르는 코카서스 산맥에서 흑해 연안 일대는 모두 덮고 루마니아 지역의 카르파티아 산맥의 동쪽 기슭까지 이어집니다(p. 88). 이곳은 몽골고원에 이어 유목 국가의 제2의 요람이라 불리는데요. 칭기스칸의 장남 조치가 이 지역을 다스렸구요, 장남이지만 평생 출생에 대한 의혹에 시달려 아버지로부터 가장 먼곳으로 배치를 받았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이 영지를 조치 울루스라 부르는데요 일반적으로는 킵차크 한국이라 불립니다(p. 88).


웨스트 카자흐스탄



이 초원지대는 현재 루마니아에 자리한 카르파티야 산맥을 넘어 헝가리 평원까지 이어집니다. 고대 서구 유럽의 로마제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훈족의 왕 아탈리는 이곳에 본거지를 두었습니다(p. 89). 헝가리는 이 훈족의 땅을 의미하는데요, 1242년 조치의 둘째 아들 바투가 서구 진출의 근거지로 삼은 곳도 이 초원입니다. 칭기스칸을 다룬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바투는 무시무시한 풍문과 군사를 끌고 유럽을 바들바들 떨게 하다가 대칸인 오고타이가 서거했다는 소식을 듣고 헝가리 초원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집니다. 동쪽으로 선회해 볼가강 본진으로 돌아간 것이죠. 이 때문에 서양의 위기가 구원을 받았다고 하죠.


보스포러스 해협


대초원을 만들어낸 대지는 카스피해와 아랄해라는 내륙의 바다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코사커스 산맥의 서쪽에는 흑해가 있습니다. 이 흑해는 그 유명한 보르포루스 해협, 다르다넬스해협을 거쳐 에게해, 지중해와 연결됩니다. 서쪽부터 크고 작은 내호 하천을 살펴보면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의 중심 파미르고원까지 거의 대부분 땅에 오르지 않고 수로로 이동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p.92) 다시 몽골시대로 잠깐 넘어가보면 이란 방면의 훌레구 울루스를 공통의 적으로 삼았던 조치 울루스와 이집트의 맘루크왕조는 모두 이슬람을 신봉한다는 공통분모로 동맹관계를 맺었는데요, 볼가강을 근거로 한 조치울루스, 나일강을 근거지로 한 맘루크 왕조의 동맹은 바로 이 수로의 산물이라 합니다(p.92). 그 사이 초원에 자리잡은 훌레구울루스를 슬쩍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죠.


좀 더 북쪽으로 가보죠. 거기에는 러시아가 있습니다. 러시아가 서방이 아니라 동방으로 이동한 것은 카자흐 대초원에 자리잡은 유목민의 기세에 꼼짝 못했기 때문인데요, 이게 역전된 것은 19세기 중반의 일입니다. 아무강과 시르강 사이의 마 와라 알나흐르에 러시아가 발을 들여놓은 것은 1881년의 일입니다. 좀 더 이른


러시아제국의 동방확대, 북시베이라로의 동진은 카자흐 대초원에 쉽게 발을 들여놓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과 카프카즈(현재 조지아 지역)를 제압한 것은 19세기 중반의 일이다. 그리고 마 와라 알나흐르에 발을 들여놓았다. 19세기 후반 1881년의 일이었다. 18세기 청왕조가 중가르 왕국을 점령한 후 유목의 세계를 농경의 세계로 바꿨던 것처럼 러시아제국 역시 마 와라 알나흐르에 발을 들여놓은 후 농민들을 이주시킵니다. 초원의 유목민들은 억압당했고 땅을 강제로 빼앗겼죠.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소련은 카자흐 초원의 한 지역인 세미팔라친스크 초원에서 원자폭탄 실험을 강행하곤 했는데요. 근대 이후 유목민을 이방인처럼 생각하는 관념이 여기에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유목 초원의 조건을 무시하고 유목을 열등한 것, 농업을 좋은 것으로 여기는 인식은 여러 불행을 초래했다고 합니다. 중앙아시아에서 뜬금없이 목화 재배가 확대된 것은 그 가운데 하나의 예인데요, 오늘날 아랄해가 마르고 있는 것, 중앙아시아의 사막화에 유목의 농경화가 영향을 미친 것이죠(p. 94). 실제로 전 세계4q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는 조만간에 모습을 감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자 중앙아시아에 대한 지리적 설명은 요기까지. 지금부터는 그 공간에서 펼쳐진 시간의 주름들이 하나둘 이야기될 겁니다.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