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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즐거움/유목과 제국

[유목의 눈으로 본 세계사] 4부 유목의 무대, 중앙유라시아3


중앙아사아 여행의 3편 이야기는 현재의 우즈베키스탄, 미 와라 알나흐르(아무다르 강 너머의 땅, 트란스옥시아나)에서 시작합니다. 아무다리아강과 시르다이아강 사이에 위치한 미 와라 알나흐르에서 서남쪽으로 향하면 카라쿰(검은모래) 사막과 메르브(현재의 마리, 오아시스 도시)를 경유해 코페트다크 산맥에 이릅니다. 현재의 투르크메니스탄에 위치한 곳입니다

(투르크메니스탄) 카라쿰 사막 지옥의 문



여기에서부터 이란 고원이 펼쳐집니다. 이란 고원의 북쪽으로는 앨보르즈 산맥이 병풍처럼 넓게 퍼져 있고, 서남쪽으로는 자그로스 산맥이 솟구쳐 있습니다. 이 두 산맥이 이란고원의 양끝자락을 지탱하는 골격입니다. 이란고원의 안쪽은 메마르고 건조한 지역입니다. 솟구친 두 산맥이 습한 바람을 막아내기 때문입니다(p. 84).


이란 자그로스 산맥


이란 고원은 중국의 중원과 달리 문명이 생육하기에 딱히 좋은 공간이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적하는 문명의 꽃을 피우는데요. 이른바 오아시스 문명입니다. 우리가 이란이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테러 국가, 서구 열강의 외압에 휘청대고 저항하고 좌절하는 이미지가 큰데요, 역사적으로 이란은 현재의 우즈베키스탄을 관통하는 아무다리아강에서 이집트까지의 드넓은 제국을 의미합니다. 이 드넓은 공간에 이름 붙여진 이란은 세계 최초의 거대 제국인 고대 페르시아제국의 아케메네스왕조가 그 뿌리입니다(p. 86).


아케메네스 왕조 다음으로 역사적으로 찐하게 이름 새긴 사람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인데요. 아케메네스제국이 지배한 이란 지역을 동경해 거대 제국을 현실화시키려 했죠. 기원전 4세기, 당시 이란 지역을 점령해가던 알렉산더 대왕은 이 낯선 공간에서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요? 그의 어린 시절 스승은 아리스토텔레스였습니다. 당시 그리스인에게 그리스 이외의 문명은 야만적이고 비천한 것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예외는 아니였고, 그에게 교육을 받은 알렉산더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웠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페르시아를 정복하면서부터 야만이야 여긴 이란의 문화에 감탄하였다고 합니다. 그들의 복장, 풍습을 따르기 시작했고, 정복하는 곳마다 그곳의 관리를 기용하고 문화를 인정합니다. 더불어 그곳에 그리스 문화를 소개합니다. 그렇게 그리스 문명과 페르시아 문명들을 혼합시키며 새로운 문명이 탄생하고, 그것이 바로 헬레니즘 문명(기원전 323~ 기원전 146)입니다. 우리는 흔히 헬레니즘 문명을 그리스 문명의 절정, 확산 정도로 여기지만 이것은 유럽적 관점에서 서양인의 낭만이 빚어낸 소산이고, 실은 그것은 세계 제국적 면모가 있었던 것이죠. 그리스 문명과 이란 문명의 조우 위에서 말이죠(p. 86).


아케메네스 왕조(기원전 550~기원전 330)의 기억은 이란이라는 말과 함께 전설화되었습니다. 이후 사산왕조(226~651) 시대, 이슬람 시대를 관통하며 이란의 관념은 살아 있었습니다. 몽골의 한 영역을 담당했던 훌레구 울루스도 아무다리아 강을 동쪽 경계로 여겼고 서쪽으로는 시리아 이집트로의 진출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이집트의 맘루크 왕조(1250~1517)와 대립하는데요, 이들도 스스로 이란이라는 자각을 깊이 하고 있었습니다.


샤라는 명칭을 들어본 적 있으시나요? 이란 방면을 중심으로 아케메네스왕조 이후 제왕이나 군주를 부르는 호칭인데요, 그것은 이슬람과 별도로 이란 전통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합니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에 의해 무너진 팔레비왕조(1925~1979) 역시 이란의 샤로서 고대 이란 제국의 영광을 부활시키겠다는 꿈을 가졌다고 하네요(p. 87).


아르메니아 고원 아라라트산


다시 역사에서 살짝 나와 지역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그로스와 앨브로즈 산맥은 서북 이란, 지금의 터키, 아제르바이젠, 이란에 걸쳐있는 아르메니아 고원에서 합류합니다. 아르메니아 고원은 산, 계곡, 초원, 호수가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몽골제국 시대 훌레구 울루스(일한국)은 이곳을 중심 게르로 삼았습니다. 유목민에게는 천혜의 땅인 것이죠(p. 85). 한편 카스피해 서쪽 아르메니아 고원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코카서스 산맥에 이릅니다. 남북을 가르는 거대한 벽인데요, 이 벽을 둘러싸고 소박하고 아름다우며 풍류가 넘치는 코카서스 3국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코카서스 산맥


서쪽으로 향하면 현재의 터키를 보듬고 있는 아나톨리아고원이 나오고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 보스포러스와 다르다넬스 해협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다시 뒤로 돌아와 자그로스 산맥으로 돌아와보죠. 이 산맥에서 서쪽 기슭으로 내려가면 세계사 시간에 너무 많이 배운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을 지나 시라아에 이릅니다. 레바논, 팔레스타인, 예멘, 이집트라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p. 87).


중앙아시아, 유목과 관련하여 지리적 기초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는데도 참 오랜 시간이 걸리네요. 왜 이 지리한 작업을 하는 걸까요? 유목의 스케일을 조금은 지리적으로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다음 시간은 마지막으로 아무다리아강을 시작으로 지금의 카자흐스탄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 지대 서북유라시아를 살펴볼게요. 총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