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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즐거움/유목과 제국

[유목의 눈으로 본 세계사] 2부 유목의 무대, 중앙유라시아 1



유목민의 시간과 이야기를 들여다보기 전 일단 그들의 무대, 중앙유라시아를 부감에서 한번 조망토록 해보겠습니다. 위의 지도를 참고로 하면서~~


@우랄산맥의 가을


우선 북쪽부터 살펴보죠. 아시다시피 거기에는 거대한 시베리아가 있습니다. 시베리아는 너무너무 거대한 지역이죠. 예니세이강을 기점으로 시베리아는 동서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요 그 서쪽 끝 경계는 우랄산맥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기억할 지명이 있다면 우랄산맥, 예니세이강, 크라스노야리스크, 이르쿠츠크, 그리고 바이칼호수 정도입니다. (적어도 이 지역 여행을 준비한다면 이 정도는...) 

이 지역은 북극해의 따뜻한 기운을 받아 거대한 침엽수립을 이루고 있는데요. 이 침엽수립의 스케일은 어마무시합니다. 동으로는 태평양에서 서로는 유럽까지 덮고 있는 지구 최대의 그린벨트지대죠. 예상하는 것처럼 여름은 짧고 서늘하며 겨울은 매섭습니다. 여름에는 모기와 벌레들의 천국이기도 하고, 겨울은 살을 애는듯한 추위의 연속입니다. 먹고 살기 만만치 않은 동네인거죠. 오래전부터 이곳은 수렵과 어로를 생계수단으로 삼고, 사람들은 군데군데 점처럼 흩어져 살았습니다(p. 60). 국가가 만들어지기에는 가혹한 자연이 허하지 않았고, 또 인간이 그렇게 욕망하지도 않던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 소위 국가라는 개념이 들어온 것은 16세기 후반입니다. 몽골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러시아가 이곳을 주목한 것이죠. 러시아의 동진 개척에서 첨병이 된 민족은 카자크 족이었는데요. 모험가의 기세로 뭉친 카자크 족은 총기를 휴대한 채 1000명 내외로 부대를 이끌고 시베리아 원주민과의 일대 전쟁(실은 싱거운 전투)을 벌입니다. 사실 싱거운 전투였죠. 총을 찬 모험가를 대적하기에는 원주민의 삶은 소박했습니다. 17세기 러시아는 탐험가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태평양 연안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세기 초에 시베리아 전토를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서양이 대항해 시대를 건너고 있을 때 러시아는 동쪽 내륙으로의 확장을 꾀한 것이죠.



시베리아 남쪽 부근에는 거대한 몽골고원이 있습니다. 몽골고원은 현재의 몽골 지역과 중국의 내몽골자치구, 허베이성과 신강성(신장위구르 자치구) 일부, 러시아 뷰랴트 공화국과 알타이 공화국 일부 등 자연적, 역사적으로 하나로 연결된 지역입니다. 몽골고원 자체는 동쪽으로는 흥안령(다신앙링 산맥)과 서쪽으로는 알타이 산맥 사이에 위치한 거대한 땅이라 이해하면 되는데요, 이곳은 유목민의 삶에 있어 가장 핫플레이스이자, 어마어마한 녹지가 펼쳐져 있습니다(p.61)



 한편 우리가 흔히 만주라 부르는 만츄리아 평원은 흥안령 동쪽 기슭에 위치하는데요, 여기 역시 과거 목축민들의 거주지였습니다. 청나라 왕조는 이곳을 자신의 고향으로 삼고 신성시하며 봉금 정책을 취했는데요. 청왕조가 쇠퇴하면서 농민들이 북상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도 구한말부터 농민들이 이곳으로 많이 이주했지요. 그러면서 이곳은 목축 지역에서 농경목축 지역, 그리고 농경 지역으로의 전환이 불과 한 세기 반 만에 격렬하게 일어났는데요, 이것이 중앙아시아 초원의 사막화를 가속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몽골고원 서쪽 알타이 산맥 너머를 보면, 알타이 산맥과 톈산 산맥의 북쪽 기슭 사이에 거대한 쐐기 모양의 삼각형 지대가 만들어져 있는데요, 여기는 근대 이전 유목민들의 땅으로 중앙유라시아의 동서를 나눌 때 중요한 지점이 됩니다. 지금은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카자흐스탄으로 정치적으로 구획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몽골고원 밑으로 내려오면 우선 동남 방면은 화북평야(화베이평야)와 접하고 있습니다. 산서(산시), 섬서(시안), 감숙(간쑤)에 이르는 일대는 경계가 없다 해도 좋습니다. 몽골고원에서 황토고원은 하나로 이어져 있고 그대로 티베트 고원으로 달려갑니다. 몽골고원을 중심으로 한 동서남북은 북경지구와 대동지구 수백킬로미터를 제외하면 대지의 단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건조함이 서로 연결되는 세계이며, 바로 여기에서 유목과 중화 문명이 발생합니다.

 

요컨대 

유목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중앙아시아 초지는 고비사막의 북쪽 흥안령 산맥과 알타이 산맥 사이에 끼어 있던 몽골고원과 그것을 두 번 정도 휘어감을 정도로 큰 부분의 연결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멋진 대초원이며 바로 여기에서 흉노족부터 시작하여 동호, 선비, 유연, 고거, 돌궐, 위구르, 키타이, 몽골, 중가르, 여진 등이 발흥했다 퇴장합니다. 이 공간의 스펙터클에 비교할 때 한반도는 참 소박하고 담백하기 그지 없죠? 아직 끝이 아닙니다. 다음 장에서는 유라시아의 서쪽 절반 파미르고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