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의 1/3을 침대에서 보냅니다. 침대에서는 현실과 다른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꿈을 꾸고, 꿈을 잊습니다. 저같이 꿈을 잘 꾸지 않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그렇다고 합니다.
1900년 그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출판합니다. 이 내용을 감히 요약할 수 없지만 프로이트는 꿈을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과거의 트라우마, 상처가 반영된 이야기라 합니다. 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서양의 심리학에서는 꿈을 크게 세 가지의 고리로 이해합니다. 과거 있었던 일, 지금 침대에서의 몸 상태, 그리고 마음속의 불안과 트라우마. 사람마다 시간마다 꿈의 내용이 스펙터클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많은 현대 과학자들은 꿈의 내용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꿈이 반복된다면 과거에 경험했던 죄책감·공포·분노 등이 무의식 속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일 수 있겠죠. 그게 프로이트의 위대함이구요.
프로이트는 꿈이 자신의 무의식을 돌아보는 중요한 도구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이 돌아봄의 시작은 잠이 들고 나서 80분 후부터 시작됩니다. 얕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이동하는 시간, 뇌의 활동량이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다가 80분이라는 매듭 앞에서 갑자기 큰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른바 렘수면 단계에 진입하면서 뇌가 깨어있을 때처럼 다시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에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세로토닌·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가 급격하게 줄고, 중추신경계에서 아세틸콜린이 왕성하게 분비돼 뇌의 여러 부위를 자극합니다. 이 자극이 뇌에 전달되면 전대상회·내측전두엽· 측두엽의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기억이 되살아나고 분노, 슬픔, 아픔의 감정이 편도체·해마로부터 탄생합니다. 더 나아가 교뇌·후두엽이 자극을 받으면 시·공간을 초월하게 되고, 꿈속에서 몸이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이 꿈을 꾸는 이유가 뭘까요? 잠자리에서 기억을 소생시키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감정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하는 것은 분명 침대 밖의 일상, 관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있었던 일이 마음에 불러일으킨 작은 앙금이든,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몸과 마음의 상태와 환경의 변화든, 어릴적 아픔이든, 미래적 소망이든, 뭔가 침대 밖과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꿈을 연구하는 정신분석학자들은 모두 해석을 중요시합니다. 가령 프로이트는 꿈이야말로 나의 문제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비밀 텍스트라 생각합니다. 프로이트가 이 해석을 유년기의 성적인 억압이나 억제된 본능의 문제로 자주 바라보았다면, 융은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려는 적극적인 상징표현이자 개인을 넘어 한 집단이 지향하는 어떤 원형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꿈은 몸과 마음의 수련,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가 적극적으로 해석할만한 텍스트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다면 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 프로이트 연구자인 광운대 김서영 교수는 크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으로 다루는 방법과 융의 분석심리학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권합니다. (하나도 어려운데~~)
그의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꿈 분석은 표상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먼저 눈에 띄거나 중첩되는 표현과 사물을 찾고 꿈에서 어떤 방식으로 압축되고 전치되었는지 밝혀가는 과정입니다. 가령 이런 겁니다. “차가운 수술대에 묶여 있는데 옆에서 남자친구가 팔짱을 끼고 있다. 표상은 차가운 수술대, 남자친구가 되겠죠. 하지만 여기서 압축, 전치돼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합한다. 차가운 것은 수술대가 아니라 사실은 남자친구였던 거다. 꿈은 남자친구가 차갑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공감신문, 2018, 10, 13)
한편 융의 분석심리학은 꿈을 무의식이 주는 메시지로 보면서, 꿈 전체를 조망하면서 꿈에 나오는 모든 개체가 나의 일부분이거나 내게 필요한 것의 하나로 인지합니다. 프로이트의 꿈해석이 날카롭게 나의 과거, 아픔, 상처, 억압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하는 방식이라면 융의 꿈해석은 무의식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매개로 좀 더 나은 나의 내일을 사유토록 만드는 방식인 겁니다.
문학 평론가 정여울씨는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사상>과 <원형과 무의식>을 읽은 후 꿈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 경험으로 느낀 점이 정말 많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그대로 적어보면
“첫째, 꿈을 의식하면 할수록 더 의미심장한 꿈을 꾸게 된다. 꿈을 기록하려 할수록, 꿈을 이해하려 할수록 꿈속에서는 더욱 뜻 깊고 폭넓은 스토리가 펼쳐진다. 둘째, 꿈 일기와 관련된 여러 전문서적을 읽으며 꿈을 기록하면, 그들의 조언을 받아 내 ‘꿈 언어’를 더 나은 ‘꿈 사고(思考)’와 연결시킬 수 있다. 셋째, 어떤 사소한 꿈도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런 엉뚱하고 허접스러운 꿈을 꾸었을까’ 질문하다 보면, 놀랍게도 그 꿈이 내 자신의 중요한 문제를 환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나는 꿈 일기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내가 더 맹렬하게 꿈을 기록할수록, 내가 더욱 진지하게 꿈을 성찰할수록 꿈은 나에게 더 깊고 풍부한 영혼의 울림을 전달해주었다.”(시사인, 2015, 1, 20)
어때요? 꿈의 해석, 한번 공부해보고 써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해야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그러면 안돼요~~
꿈을 많이 꿨을 때는 수면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고 합니다. 며칠간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잠을 자면 그간 못 꿨던 꿈을 한꺼번에 몰아서 꾸는 것이죠. 그리고 자주 밤에 깨다보면 꿈의 양은 평상시와 비슷하지만, ‘꿈을 많이 꿨다’고 느낄 수 있다고도 합니다. 침실이 너무 춥거나 덥다면, 그래서 편안한 잠자리가 아니었다면, 저녁에 과하게 음주와 식사를 해 속이 부대껴 중간에 깼다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꿈을 많이 꿨다고 느끼는 거나, 꿈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거죠.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몸에 비상등이 켜지고 수면 중 대부분이 비렘수면으로 변환됩니다. 비렘수면 때는 뇌 활동이 적고, 그 휴지기를 통해 몸이 면역력을 키우기 때문인 거죠. 상대적으로 렘수면 시간이 줄어들다보니 일어나기 직전에 못 꾼 꿈을 몰아서 꾸게 되면 그러다보니 아침에 눈을 뜨면 꿈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죠.
꿈은 하룻밤에 4~5회 정도 꿔야 정상이라고 합니다. 이걸 정상이라 표현하는 것은 꿈때문이 아니라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조화 때문에 그런데요, 총 수면시간 중 렘수면이 15~25% 정도 차지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렘수면이 제대로 이뤄져야 정보기억, 성기능 유지, 스트레스 완화 등 건강 유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것이죠. 렘수면이 없으면 우울증, 공황장애에 걸리기 쉽고 성기능도 떨어진다고 하네요.
한편 동의보감에서 꿈은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표상입니다.
“꿈은 모든 혼백이 사물에 작용하여 생기는 것이다. 몸이 사물을 만나면 일이 생기고 신이 사물을 만나면 꿈이 된다.” (고미숙, 2011, p. 192)
한마디로 혼백이나 의식이 외부와 마주치는 방식이라는 것이죠.
동의보감에서도 꿈을 자주 꾸거나 꿈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이 건강함과는 대치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렘수면에서 서파수면(slow-wave sleep)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그러면서 잠을 푹 자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꿈을 자주 꾼다는 건 자면서도 쉬지 못하고 계속 깨어 있을 때처럼 의식이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좋은 꿈과 나쁜 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은 그 자체로 몸과 마음의 병리적 표현인 셈이다.” (고미숙, 2011, p. 192)
그렇다면 어떻게 적당하게 꿈을 꾸고 푹 잘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동의보감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잘 때 모로 누워 무릎을 굽히고 자면 심기를 도울 수 있다. 일어날 때 기지개를 켜면 정신이 흩어지지 않는다. 반듯하게 누워 자면 마귀와 귀신을 부르게 된다. 공자가 시체처럼 반듯하게 누워 자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 잠을 푹 자려면 머리가 차가워야 한다. 머리에 있는 피가 간으로 다 수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간이 피를 불러 모으는 작용이 시원치 않으면 밤이 되어도 머리에 여전히 피가 돌아다니고 그러면 혼백과 의식도 정처 없이 떠돌게 마련이다. 이때 온갖 망상과 잡념이 제멋대로 날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잠이 오지 않으면 온도를 낮추어야 한다.” (p. 193)
결국 잠이 보약인 겁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으로, 동양에서는 꿈을 어떻게 해석할까요?
서양의 꿈 해석이 심리적 상징에 주목한다면 동의보감은 생리적 상징에 좀 더 관심을 둡니다. 생리적 기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심리적 영상을 만들어낸다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꿈의 해석을 음양오행이라는 자연주의적 원리에 입각하여 해석합니다. 음양의 조화 여부, 수승화강(물이 위로 불은 아래로~)의 상태, 오장육부의 오행적 속성(성내는 꿈=간기, 울부짖는 꿈=폐기, 잘 웃고 두려워하는 꿈=심기, 몸이 무거워 움직이지 못하는 꿈=비기, 요추가 둘로 끊어져 이어지지 않는 꿈=신기) 등과 맞물려 이해되는 것이죠.
자 간단히 정리를 해보면,
꿈을 너무 많이 꾸거나, 너무 생생하게 생각난다면 잠을 잘 못자는 거니깐, 그건 병리적 표현이다.
이 병리적 표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머리를 차갑게 하고 모로 누워 무릎을 굽히고 잠을 자자. 규칙적인 시간에.
아침에 어젯밤 꿈이 떠올랐다면 그 꿈이 내게 던지는 메시지를 잘 분석하고 해석해보자.
거기에 새로운 보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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