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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독서일기

돈의 경제학에서 살림의 경제학으로



강수돌 선생님의 <살림의 경제학>을 읽었습니다. 경제학이 뭘까 생각해봅니다. 일상에서 경제란 경쟁력”. “생산성”, “효율성등이 단어가 난무하는 세계입니다. Value for Money. 돈을 위한 가치에 전념하는 게 경제라는 것이죠


사실 복잡한 수식어와 말도 안되는 가정으로 범벅이 된 경제학 책과 무관하게 현실에서 생산성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수익을 늘리고 비용을 줄여라. 수익을 늘리는 방법은 노동시간 연장, 새로운 기술 투입, 차별적 성과급제, 노동자 사이의 경쟁 강화, 새로운 시장 개척 등이 이야기되구요,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비용을 줄이게 되는데, 인원 감축, 해고, 정규직의 비정규직 대체, 임금 삭감, 노동 조합 억제, 다단한 하청 활용과 갑질, 관료적 조직 혁신, 각종 낭비 제도의 청산 등이 단골메뉴로 등장합니다. 어떤 방식은 합리적이고 혁신적이지만, 어떤 방식들은 파괴적이고 폭력적입니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 건강과 여가시간, 인격 존중과 평등, 공동체 정신을 포기하는 대가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지요. 제가 볼 때 세상에 적용되는 생산성”, “효율성가치 아래 20% 정도가 나름 건강하고 합리적이라면, 80% 정도는 파괴적이고 더 나아가 모욕적이기까지 합니다.


<살림의 경제학>은 이 중심 경제학을 넘어 경제의 원래 가치로서 살림살이 경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주장, 옳지만 공허하게 들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자본주의 체계에 못 박힌 희생양으로 과장하여 거부감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아 이 사람이 현장에서 참 많은 걸 고민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내면화해온 자본주의의 경제가치 개념을 사회가치와 생명가치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가치가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태도의 문제라면

생명가치란 우리가 우주 생명체의 일부라는 태도로서 영성의 회복과 맞물리는데요

강수돌 선생님은 자원은 유한하고, 욕망/욕구는 무한하다는 경제학의 거짓 명제에 휘둘리는 한 인간은 탐욕과 두려움에 조정된다고 우려합니다. 이걸 경계해야 하고, 이 가치체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선생님이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어떻게 경제 가치를 넘어 사회가치와 생명가치를 사유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돈의 경제학에서 살림의 경제학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여기서 그는 경제라는 것이 그 어원에서 경세제민(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 오이코스(가정)와 노모스(관리)으 합성어로 살림살이를 의미한다며, 살림살이를 구성하는 5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요

첫째, 비록 가난하더라도 예를 잃지 않고 더불어 도와가며 사는 것, 애완이 있더라도 삶의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 것, 부족하고 힘겹지만 활기 넘치는 삶을 사는 생명 살림의 원칙” 

둘째, 자연 생태계와 인간 공동체의 그물망 속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지는 개인들 모두의 삶이 선순환되고 상호 관계하는 과정 속에 지속되는 계속 살림의 원칙”, 

셋째, 사람이 생산, 분배, 소비 활동의 주체성과 자기 책임성을 회복하는 스스로 살림의 원칙”, 넷째,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선물의 경제, 호혜성의 경제를 구현하는 서로 살림의 원칙”, 

다섯째, 승진, , 타자의 시선과 같은 외형 비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진정한 내적 욕구에 귀 기울이는 내면 살림의 원칙이 그것입니다.


이 원칙은 하나하나 곱씹어 보면 전부 멋진 말들입니다. 그러나 말만큼 행동과 실천이 쉽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 내면 깊이 생존에의 두려움, 강자와의 동일시, 경쟁의 내면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립과 소외를 넘어 새로운 관계적 존재로 서고자 하는 열망과 생동하는 연대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과연 과거의 관성, 주변의 집단의식, 돈의 경제학,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부서지는 마음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작은 습관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승용차를 타지 않기. 전기 아껴쓰기, 농도생협 애용하기, 자주 걷기, 산책하기, 땀흘리기, 생명키우기, 경제적 거래를 했을 때 그것의 사회적, 환경적 의미를 따져 묻기, 나와 세상의 건강성을 스스로 희생시키면서 자본의 돈벌이만 도와주는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적 회고, 주민자치운동, 생태운동, 공동체 운동에 대한 지지와 참여, 우애와 환대의 공동체를 조금이라도 넓혀가는 일에 대한 헌신, 소비의 축소 등등을 도모해보려 합니다


이런 자극을 준 강수돌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더불어 이 책을 함게 읽자고 권한 청파교회 환경부 사람들에게도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