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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즐거움/어린이 도서관

[책속으로] 3장_부모를 위한 도서관 활용법 중



사진 출처_ 대전 중촌 어린이도서관 '짜장'

 

 

  그렇게 엄마들은 함께 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이 아니라, ‘함께’ 책을 펼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책이 모든 것을 설명하거나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함께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신의 불안이나 감정을 노출하기도 하고, ‘함께’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투사되던 것들이 곧장 아이에게 전달되기 전에 걸러질 수 있는 그물망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물망은 아이를 지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엄마’ 이전의 ‘나’를 되돌아보고, 사람들로부터 ‘나’가 인정받고 격려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 속에는 아이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과 ‘나’라고 하는 자아를 찾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어린이도서관은 아이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성장하고 자랄 수 있는 제2의 배움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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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과 소모 공간으로서의 일터가 주는 치열함에 지친 이들에게는 누군가와 함께 모이는 것 자체가 그들의 목적을 방해하는 환경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억지로 따라나선 체험학습에 아빠들의 입이 피노키오 코만큼 길쭉이 삐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사회적 옷을, ‘위험사회’의 요소들을 벗어던지고 만나는 모임에서 그들은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삶’의 느낌과 ‘소통’의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돈과 지위가 만드는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 지위계통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명령들에 의한 움직임이 아닌 자발적 움직임으로 이루어지는 관계. 그런 관계의 축적이 시간의 축적과 겹쳐지며 서로 돌볼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가는 것이지요.

  ‘달팽이 행진’ 모임을 하다 보니 거기에 참여하는 아이의 아버지, 또 다른 아이의 아버지가 한 명씩 동참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아버지 모임이 생겼어요. 말로는 동화책 읽기 모임을 하겠다, 아이들 데리고 여행 가는 모임을 하겠다, 의견은 분분한데, 아직은 모이면 술만 먹어요.

  하지만, 이 만큼의 변화도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해요. 아빠에게도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이 생겼고, 도서관을 중심으로 가족 간에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지 주제가 생긴 거잖아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주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주제.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 모임도 제 역할을 좀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박미숙, 고양시 주교동『책놀이터』도서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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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도서관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그 가치가 빛나고, 아이들은 든든한 책과 어른이 있는 도서관, 그리고 도서관이 있는 잘 만들어진 마을 속에 있을 때 행복하고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도서관 하나의 노력만으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둘러싼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싼 마을, 그 일상의 문화가 함께 노력하고 변화하여 건강한 상태가 되었을 때, 그때야 비로소 아이들이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어린이도서관은 도서관뿐만 아니라, 도서관이 자리 잡은 마을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합니다.

 

  마을은 지금 행복한지, 마을의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하거나 좌절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안에서 어른들의 고통과 좌절을 혼자서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아이들은 없는지, 만약 그렇다면 책과 도서관이 마을과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를 말이지요.

  그래서 어린이도서관은 마을과 사람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부모가 살아가는 문화, 문화가 태어나는 마을에 대해 쉼 없이 이야기합니다. 부모와 이웃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일상을 살아가는 마을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에 고민, 노력에 노력을 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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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활동가들도 처음부터 활동가가 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내 아이를 위해 도서관을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다른 부모들과 만나 교육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와 너, 내 아이와 우리 아이, 그리고 도서관과 마을의 사람들로 관심이 확장되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에서 엄마들은 또 욕심이 납니다. ‘엄마’로서의 욕망, ‘나’로서의 욕망이 욕심을 구성하는 2가지 재료입니다.

  엄마로서의 욕망에는 아이들에게 최선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포함되어 있을 테고, ‘나’로서의 욕망에는 내가 하는 일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마음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아이들과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를 하는 엄마, 아이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엄마 등 자원활동가 엄마들을 끊임없이 공부하게 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게 하기도 합니다.

 

 (Ⅲ. 부모를 위한 도서관 활용법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