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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활동은 이런 개인적인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순간, 어느 때라도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책 읽어주는 사람의 무릎은 아니지만, 그래서 체온과 목소리는 조금 먼 느낌으로 전달되겠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읽어주는 누군가의 시선과 목소리 속에서 ‘나’에 대한 지지, 위로, 격려의 느낌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글자를 읽을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나이가 적고 많고를 떠나서, 늘 책을 읽어주는 사람의 주위에 자연스럽게 모이게 됩니다. 어린이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관장님이 들려주는 전래 동화 이야기, 자원활동가가 들려주는 우스꽝스러운 동화 이야기, 사서 아줌마가 들려주는 모험과 탐험에 대한 이야기 등 아이들은 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 익숙합니다. 그러다보니 도서관 아이들의 놀이 속에는 책 읽어주기라는 새로운 놀이가 빠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8살 옥주가 관장님이 되어 도서관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내일은 6살 재웅이가 자원활동가가 되어 언니 오빠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속적인 책 읽어주기 놀이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중・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도 책과 가까운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이들은 도서관 후배인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자원활동가가 되어 도서관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삶의 어려운 지점이 있을 때, 예전처럼 책 읽어주는 따뜻한 목소리를 기억하며 책으로부터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어린이도서관에서 가장 즐겨하는 것 중 하나는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영화보기입니다. 수박이나 포도 같은 과일을 먹으며 불 꺼진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는 기분, 모닥불에 감자를 구워먹으며 야외의 대형 스크린으로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은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을 들게 할까요? 비록 근사하고 편안한 극장은 아니지만, 큰 소리로 웃고 울고 떠들기도 하는 도서관 극장 속에서 아이들은 영화라고 하는 일상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즐깁니다. 어린이도서관에서는 동화책 작가를 직접 만나볼 기회도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친구들과 재미있게 읽은 책의 작가를 초대해 이야기도 듣고, 그림을 전시하기도 합니다. 동화책 첫 장에 이름이 떡하니 쓰인 작가들을 동네 도서관에서 만나고, 마주 앉아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입니다. 글을 쓰고, 멋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별나라의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엄마 · 아빠 같기도 하고, 옆집 아줌마 · 아저씨 같기도 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발견은 문화는 누릴 수 있는 소수의 사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일상의 것이라는 자신감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 중에는 동화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아이, 무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아이, 극 연출가가 되고 싶다는 아이 등, 문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그들이 발걸음 하는 공간에 따라 앞으로도 아이들의 꿈은 자꾸만 변해가겠지요. 그러나 같은 꿈을 먼저 이룬 사람들과 만나며 자신의 꿈을 고민하기도 하고 선택해 보기도 하는 경험, 아마도 이것이 도서관 문화를 통한 만남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요?
인간의 배움이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합니다. ‘놀이 시작’에서부터 ‘놀이 끝’이라는 시간의 딱딱한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어린이도서관에는 값비싼 교육 프로그램이나 훌륭한 교구, 매력적인 장난감, 혹은 유명한 선생님이 없는데도 아이들로 북적입니다. 책과 문화를 매개로 한 재미있는 놀이가 시종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많은 돈을 내는 것도 아닌데,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도서관을 드나듭니다. 책도 읽고, 놀기도 하고, 낮잠도 자고 가만히 앉아 쉬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놀면서 자라고, 자라면서 삶을 살아갑니다.
영서는 집이 좁아서 자기 방이 없어요. 그래서 자기 방을 갖는 게 소원인 아이에요. 엄마가 이사를 가게 되면 네 방을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니까, 아이가 대뜸 “거기에도 책놀이터가 있어?”라고 물었다는 거예요. 없을 수도 있다고 대답했더니 뭐라는 줄 아세요? “그럼 그냥 좁은 데서 살래.”라고 했데요. (박미숙, 고양시 주교동『책놀이터』도서관 인터뷰)
도서관 오는 건 그냥 재미있어요. 다른 도서관에서는 안 해주고 그러는데 여기서는 빵도 주고, 동화도 들려주고 그래서 좋아요. 놀이터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올 거예요. (장달,『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도서관 인터뷰)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 계획하고, 참여하고, 평가하는 놀이는 단지 우연하다거나 우발적인 활동, 그리고 단순한 에너지 방출이 아니라, 좀 더 활력 있고 필수적인 그네들의 생의 과업입니다. 탐색하고 도전할 수 있는 자유와 기회를 주고 격려의 분위기가 마련된다면, 정상적이고 건강한 아이들은 스스로 세상을 알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상황들을 관련지을 줄 알게 되고, 실수나 잘못을 수정할 줄도 알게 되며 스스로 성장하고 학습하고자 할 것입니다. 어린이도서관에는 아이들이 만들어 낸 자발적인 놀이와, 엄마들이 만들었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신나게 즐기는 활동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고 만들어 내는 방법들을 배워 갑니다. (Ⅱ장 아이를 위한 어린이도서관 활용법 中)
[출처] [책속으로] 1_ 2장 아이를 위한 어린이도서관 활용법 |작성자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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