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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독서일기

2009년 11월 30일 - 풍경의 아름다움은 슬픔에 있다.

오르한파묵의 이스탄불을 읽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2009년 서울을 생각한다.
"풍경의 아름다움은 그 슬픔에 있다." (아흐메트 라심)
첫 페이지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버스 창문 사이로 빗물이 흘러내렸다. 그 흘러내림이 나를 슬프게 한다. 학교 연구실에서 언론노조 사무실로 가던 길이었다. 2009년 가을은 그랬다. 매일같이 관악산 밑자락과 여의도와 광화문을 오갔다. 그 숨가픈 시간 속에 난 끊임없이 서울의 아픔을 만나고 느끼고 그랬던 듯 싶다. 어느때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고, 어느때보다 많이 목청을 높였으며, 그러면서 슬픔은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하던 동반자였다. 
투쟁, 철폐, 해고, 자본, 공익, 효율. 노동, 언론 지난 2009년 내 주변을 감쌌던 추상적이며 정치적인 단어. 이런 단어로 둘러싸인 긴 세월 속에 내 마음 속에 언젠가부터 슬픔이 스며든 것 같다. 나는 그냥 내가 아니었다. 2009년 서울에 대한 예속감, 이 도시의 풍경과 쓸쓸함은 나의 성격이 되었다. 매일같이 광화문 광장을 지나치면서, 나는 이 광장의 구린내와 앙상함에 분노했다. 매일같이 용산을 지나치면서, 나는 우리 시대의 우울함과 자본의 폭력과 싸워야했다. 나는 매일같이 서울의 가난을 만나면서 비상식적이고 폐허가 된 서울의 슬픔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다. 
내 삶에 있어 2009년은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를 원하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시대의 의미를 묻는다. 내가 2009년 서울의 한복판에서 경험한 것, 이것은 내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자본의 풍요로움 속에 깃든 쓸쓸한 서울의 풍경,  용산의 폐허 속에서 경험한 무기력, 비정규직 운동에서 느낀 아픔과 우울. 나는 이 감정을 좀 더 풍요롭게 느낄 필요가 있다. 이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운명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