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밤에 도착했다면?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첫 날밤

빈에 도착한 것은 초여름 밤 9시 즈음이었다. 낯선 언어와 사람들, 새로운 공간의 느낌은 공항에 새겨진 광고 카피들, 사진들, 이미지에 조금은 상투적으로 재현되어 있다. 

우리가 첫날 묵을 곳은 “BEST WESTERN PLUS Amedia Wien”이라는 호텔이었다. 

지하철 역으로 향한다. 그냥 가는 게 아니라 가는 도중에 OBB Train Ticket이라는 표지판을 찾아 표를 구매해야 한다. 

항상 여행에 있어 첫 번째 발자국은 상대방에게도 내게도 중요하다. 이 여행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어떤 예언 같은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든지 첫 번째 스타트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그날 공항에서 헤매지 않고 ‘OBB Train Ticket’을 찾고, 거기에서 거의 헤매지 않고 티켓을 구매한 것은  적어도 함께한 그녀에게 어떤 안정감을 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이 정도로 준비한 거야!’

이런 믿음을 나한테도, 그녀한테도 준 거다.

티켓을 산 후 난 곧바로 ‘Bahnesteige 1,2’가 적힌 플랫폼을 찾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여기에서 Laa/Thaya Bahnhof행으로 적힌 7호선 지하철을 타고 여섯 정거장을 가 Wien St.Marx에서 하차하면 곧장 호텔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밤 10시, 인적이 드물어지는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확신에 차서 여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스트리아 빈의 지하철은 흥미롭다. 

에어콘은 없다. 어릴적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타고 가던 통일호처럼 창문을 반쯤 통으로 밑으로 내릴 수 있는 구조다. 

우리가 탄 지하철은 파란 색이었지만,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기차, 지하철 색깔은 주황색이다. 

주황색의 상징적 의미가 활력, 약동, 적극성, 명랑, 친근이라는 점을 떠올린다. 그러니깐 여기 빈은 그런 나라라는 거지. 그런 생각을 잠깐 한다. 

개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 젊은 연인의 적극적인 스킨십, 플랫폼을 지나자 깜깜해진 풍경, 낯선 공기, 사람들, 이게 흥분보다는 고요함으로 기억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조용하고 잔잔한 첫 인상, 오스트리아 빈은 그렇게 내게 들어왔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전주처럼.

호텔에서 체크인을 마친 후 홀로 호텔을 나와 담배 한 대를 핀다. 

호텔 바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고, 저녁 공기는 제법 서늘하다. 

담배는 언제 어디서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의 공간.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호텔 주변의 공기는 어둡고 무거웠으며, 나는 거기에 그녀와 둘이 남게 되었다. 새로운 시작.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