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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독서일기

[2018년 책] 9. 심각한 주제를 가벼운 터치로. 파리의 아파트


기욤뮈소의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뭔가 이야기에 빠지고 싶을 때, 일상에서 조금 비껴 있고 싶을 때 기욤뮈소의 소설 한 권을 들고 카페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욤뮈소가 만들어낸 세계에 빠지게 됩니다

<파리의 아파트>도 그렇습니다. 책을 덮고 나면 생각나는 게 거의 없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가벼움이 매력인 거죠.


이 소설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전직형사 매들린과 극작가 가스파르가 전산착오로 파리의 같은 아파트에서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들이 머물게 된 집은 일 년 전 사망한 천재화가 숀 로렌츠가 머물던 공간이었는데요. 이 집이 얼마나 멋드러졌는지 두 사람은 절대로 집을 양보하지 않겠다며 서로 으르렁거리다 불편한 한 집살이를 시작하는데... 

거기서 전주인이었던 천재화가 숀 로렌츠의 파란만장한 삶, 납치된 아들 이야기, 그가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 석 점이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찌된 영문인지 의기투합해 숀 로렌츠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 석 점과 아들을 찾아 나서는데요, 그 이유가 가스파르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의 상처때문에, 매들린은 아이를 낳고 싶어했지만 그러지 못한 절망때문에. 좀 엉성하죠?


그래도 이야기는 매우 속도감있게 전개됩니다. 숀레렌츠의 과거사와 비극, 매들린과 가스파르의 아픔이 매우 스피드하고 힘있는 문장으로 전개됩니다. 


기요뮈소의 이야기에는 늘 일관된 패턴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아들이 주축이고, 죽은 자의 영혼이 나타나는 초현실적 요소나 스릴러적인 요소가 반드시 등장합니다. 이에 대한 기욤뮈소는 이런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랑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사랑이야말로 행동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다. 초현실적 장치나 스릴러적인 요소는 비극적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풀어나가는 수단으로 택한 것이다. 나는 산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 등 심각한 주제를 가벼운 터치로 기술하는 걸 즐긴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영화 멋진 인생’, 조셉 L 멘케비츠 감독의 유령과 뮈어 부인1940년대 미국 영화에도 나타나는 기법이다.”


그의 이야기는 보통의 예술인들과 달리 긍정적이고, 사랑, 희망과 빛을 강조합니다. 그러나보다 일정부분의 치유적 기능도 있습니다.


심리학적 치유에 관심이 많다. 누구나 살다 보면 이성과의 결별이나 친지의 죽음 등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울한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자산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10년 전 교통사고로 죽을 뻔했다. 이후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고,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욕망이 생겼다. 해답 없는 문제를 두고 고민할 필요 없다는 얘기도 하고 싶었다. ... 배우자든 애인이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충실성이 중요하다. 특히 위기일수록 주위의 소중한 사람에게 충실하다는 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인스턴트 사랑이 대세를 이루고 수시로 사랑의 대상을 바꾸는 시대에,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해 믿는 로맨틱한 면도 있달까.”


그는 그의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제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유쾌하고 가볍지만 근본적으로는 보다 깊이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초현실, 미스터리, 스릴러 등의 요소들은 사실 보다 의미 있는 다른 질문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매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죽음, 인간존재의 연약함, 우연과 운명이라는 것, 흐르는 시간, 회한과 후회 같은 주제들 말입니다. 저는 삶에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 인간은 늘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로 이야기가 쉽게 잊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또 찾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런 이유에서 최근에 나온 <아가씨와 밤>도 조만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인스턴트 사랑의 시대에 변치 않는 사랑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