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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독서일기

[2018년 책] 6. 나의 웃음과 혼란은 어디에서 왔을까?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



 이게 무슨 책이야? 검색을 해보니, 어마무시한 웹툰이었군요. 저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은

한 독자가 이런 말을 써놓았습니다.


최고의 책이에요 남친 아빠 남동생 내가 아는 모든 남자들에게 다 보여주고 싶은 책이에요 그림도 내용도 너무나 좋아요 내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에요 정말 최고의 책이에요 코멘터리까지 잘 봤습니다. 여자로 살면서 느꼈던 불합리함 부조리함을 명쾌하게 짚어낸 책이라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느낌이었어요. 보는 사람마다 다 추천하고 있어요.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팔로우 60만명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며느라기!

이게 책을 관통하는 캐치프레이즈인데요,

간단하게 책소개에 나온 스토리를 말해보면


주인공 민사린은 졸업 후 대학 동기 무구영을 만나 연인이 되었고 많은 축복 속에 결혼 했다. 사린이는 구영이와 함께 눈 뜨는 행복한 아침을 갖게 되었지만, 며느리로서 그녀가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여러 가지 일도 얻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린이는 궁금해졌다. 한 번도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 없었던 자신이 왜 스스로 예쁨 받는 며느리가 되고자 애쓰고 있는지를. ”


며느라기는 갓 결혼한 여자 주인공 민사린을 통해 가정에서 가부장 제도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작용하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이게 하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만화라고 합니다. 며느라기는 연재만큼이나 댓글로로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극적인 갈등 없이 결혼한 여성이라면 대부분을 느꼈을 법한 불편함과 부당함을 그렸기에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며 함께 화를 내기도 눈물을 짓기도 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김하나의 측면돌파]에서 수신지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

<인터뷰 - 수신지 만화가 편>

 

김하나 : SNS 계정은 누구나 언제든지 만들 수 있고, 인스타툰의 형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건 많은 사람들이 초보적으로 시도를 했었는데요. 작가님은 민사린이라는 사람의 계정인 것처럼 시작을 하어요. 처음부터 스토리를 다 구성을 해두셨던 건가요?

수신지 : .

김하나 : 결론까지 나 있었고요?

수신지 : .


김하나 : 그 전에는 다른 플랫폼에서 작품을 연재하기도 하셨잖아요. 며느라기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시작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수신지 :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꽤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썼어요. 그리고 준비가 된 다음에 연재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아서 연재를 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었는데, 제가 보냈던 곳에서는 다 반려를 했어요.

김하나 : ... 그 분들이 정말 큰 걸 놓치셨네요(웃음).

수신지 : 그래서 그냥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이왕이면 주인공이 운영하고 있는 SNS라는 설정을 해보면 어떨까생각했어요. 그 생각이 들었을 때가 너무 신났어요.


김하나 : 정말 SNS를 너무 잘 활용한 케이스네요. 이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하셨는데, 계기는 뭐였어요? 결혼생활도 영향이 있었나요?

수신지 : 그럼요, 있죠. 계기랄까, 그런 것들은 굉장히 하나로 말하기는 어려운데요. 여러 가지 것들이 있었어요. 일단 저는 고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거든요. 인터넷 게시판에 보면 며느리들의 하소연이 올라오는 글들이 굉장히 많은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너무 재밌고 소재가 많고. 하나 하나 뭔가 조금씩 디테일이 다른데, 구성원은 비슷하면서 이야기는 다 다르고, 이미 많은 이야기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고. 이걸 가지고 뭔가 작업을 하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풀면 좋을까계속 고민은 했는데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고 한켠에 생각만 가지고 있었던 게 하나의 요인이었고요. 또 한 가지는, 제가 결혼을 하고 느낀 건데요. 결혼을 하고 보니까 어느새 제가 며느리라면 이렇게 해야 된다는 모습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갑자기 생겼어요.


김하나 : 그러면 며느리로서 작가님은 형님 과예요, 사린이 과예요?

수신지 : 중간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웃음). 저는 그냥 모범생 스타일이에요. 결혼하고도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할까요, 새로 생긴 가족관계 안에서 그냥 원래대로 열심히 잘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까 제가 정말 전형적인 며느리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 하나 나에게 요구하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그런 일을 하면서 때로는 되게 힘든 거예요. 그때마다 남편은 안 해도 돼라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어떻게 안 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그러다가 ‘‘어떻게 안 해?’라는 이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자란 어떤 강력한 것이 나에게 있구나싶고요. 그러면서 원래 하고 싶었던 고부 관계나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와 지금 내가 느끼는 생각을 합쳐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겪은 에피소드가 많은 건 아니니까,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사례들을 모았어요. 너무 과격한 갈등 말고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갈등들,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모았죠. 그런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모으고 하나의 주인공을 만들어서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민사린이라는 캐릭터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가부장적 관계 속에서, 일상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평등한 요구에도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는 스스로를 자각한 순간, 드디어 민사린은 변화의 문턱에 들어섭니다

민사린, 왜 웃고 있어?”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게 이 웹툰의 인기 원인이었겠네요. 갑자기 어제 만난 제 마눌님 친구들의 폭풍 수다가 떠오르네요.

 

남자들은 왜 저래?”

우리 시아버지는 어떻게 지 아들한테 아침에 한 밥을 저녁에 먹일 수 있냐고 노발대발이야. 밖에서 일하는 남자한테 찬밥 먹이는 것 아니라면서..”


참고문헌 : [김하나의 측면돌파] 며느라기연재 요청, 다 반려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