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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독서일기

[2018년 책] 7.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40대의 그녀는 이 책을 보면서 도저히 못 읽겠어.”라고 손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책을 함께 읽었던 20대의 청춘들 중 누군가는 내 인생의 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단 제목이 기막히게 멋드러진 책.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지 않을 카피, 책의 핵심을 그대로 건져낸 타이틀그리고 이 시대의 키워드가 여전히 앞으로도 위로와 격려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죽고 싶지만>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와 불안장애를 겪어온 지은이와 정신과 전문의가 나눈 대화를 엮은 에세이인데요. 전국 동네책방에서 시작된 입소문으로 온·오프라인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라고도 합니다. 출간 5개월 만에 14쇄를 찍고 28만 부가 팔렸다고 하네요.


이 책을 읽은 2030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시렵니까?

작가가 힘내라는 말이 때론 독이 된다고 한 것에 공감한다. 그 말을 들으면 기운 없는데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도움이 안 됐다. 대신 지금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경쟁 사회에서 살다보니 계속 성과를 내기 위해 힘내라는 말만 한다. 앞으로 달리기만 하는 설국열차를 탄 느낌이다. 그곳에서 내리면 낙오자가 되니까. 그래서 나 역시 이 길이 아닌데생각하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달리기만 했던 것 같다.”

앞만 보며 달리다보니 그동안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힘들고 아픈 줄도 모르고 보낸 시간이 많았던 건 아닌지 뒤돌아봤다. 이 책에 나오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영화의 의미를 꼭 찾아야 하나. 이성적으로만 생각하지 마라. 자신의 감정에 중심을 두라. 그 말을 듣고 나도 내 감정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며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이 책의 성공이유에 대해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 김현정씨는 이렇게 분석을 합니다. “<죽고 싶지만> 구매층 70%20~30대다. 사회에 만연한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써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사실 나도 힘들었어요라고 꺼내는 작가의 고백에 독자들은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하고 공감형 위로를 받은 거다.”

 

이 책의 성공이유를 좀 더 듣고 싶다면 CBS 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에 출현한 조은정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은정 > 오늘은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책 한권을 가져왔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란 이 책인데요. 책 제목이 한번 들으면 잊기가 힘들죠.

임미현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제목이 강렬하네요. 어떤 책인가요?

조은정 > . 20대 여성이 정신과 상담을 받은 실제의 녹취를 쭉 푼 책인데요. 올해 28살인 백세희 씨는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로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기분부전장애. 생소하실텐데 경도의 우울증이 지속이 되는 걸 말하는 병명입니다. 한마디로 심리 상담을 통해 우울감을 극복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서 탐구하는 내용입니다.

임미현 > 그렇군요. 기분부전장애라고 하셨나요? 그런 어려운 병명까지는 아니어도 저도 그렇고, 현대인들 대부분이 우울감 불안감을 종종 느끼니까 많이 공감을 하시는 것 같네요.

조은정 > 그렇습니다. 책을 보면 지극히 평범한 고민들로 상담이 이뤄져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아서 남의 이목에 많이 신경을 쓴다든지, 외모에 대한 강박이 있다든지, 친구 관계를 맺기 어려운 등등 일상의 소소한 고민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우리가 못본척하거나 감추고 사는 심리적인 문제들을 풀어서 분석하고 도움을 받으니까 저도 같이 상담을 받는 기분이더라요. 그래서인지 미래가 불안한 10, 20대 학생들도 책을 많이 구매했습니다.

 

임미현 > 이런 류의 책들이 많나요? 유행으로도 볼 수 있을까요?

조은정 > . 심리 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는 책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유행인 것 같진 않고요. 출판계에서 하나의 트랜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형문고에서는 이런 책들을 한데 묶어서 코너를 만든 경우도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얼마전까지 베스트셀러였던 곰돌이 푸 시리즈가 있구요. <소확행>,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쓰디쓴 오늘에 휘핑크림>, <오늘은 내 마음이 먼저입니다> 등등 책들이 많습니다. 제목만 들어도 어느정도는 내용이 짐작이 가시죠.

임미현 > . 마음을 치유하고 힐링을 얻기 위한 책들인 것 같네요.

조은정 > 우리가 흔히 책을 구입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죠. 보통은 부족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교양을 쌓기 위해서, 재미를 위해서 등 뚜렷한 목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기분 전환, 힐링을 위해서 심리 상담 성격의 에세이집을 구매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대인들의 심리상태가 불안하고 많은 위로가 필요하다는 반증일수도 있구요.

임미현 > 저만해도 책은 좀 내용이 많아야한다는 주의인데. 페이지수도 가볍고 그럴 것 같아요. 왜 이런 책들이 사랑을 받는다고 보세요?

조은정 > 시대 흐름과도 연결이 돼 있는데요. 이런 책들은 SNS에 기반을 두고 기획된 책들이 많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개인 블로그에 공감이 되는 짧은 단편들, 글들을 올리면 자연스레 좋은 글들은 반응이 생기고, 이게 출판으로 이어지는 패턴인데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도 처음엔 온라인 북펀딩을 받아서 독립출판으로 책이 나왔다가 나중에 정식 출간이 된 케이스입니다. 출판사도 신생이었는데요. 이 책이 첫 책이었다고 합니다.

 독립출판으로 유명한 책이 또 있는데요. 바로 이기주 씨의 <언어의 온도>입니다. 이 책은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책입니다. 작가가 옴니버스식으로 소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갔는데요 독립출판의 붐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임미현 > 이런 책들의 특징이 있을까요?

책을 살펴보면 SNS나 블로그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시집처럼 책 내용이 잘게 나뉘어 있어서요,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바로 읽는데 지장이 없는게 특징인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부담없이 그때그때 책장을 펼쳐서 감상을 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치 SNS 팔로우를 하듯이 선택적으로 책장을 넘기는 그런 방식들이 많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임미현 > 제가 좀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이런 책들이 유행하면 책 내용이 너무 가벼워지는건 아닐까 걱정도 되는데요.

조은정 >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꼭 뭔가 배우고 교양을 쌓아야 된다는 교육을 받아선지 어린시절부터의 책읽기에 대한 강박이 있죠. 그래서 오히려 책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거든요지금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에 4명은 1년에 책 한권도 읽지를 않는다는 조사가 나와 있습니다. 독서율이 역대 바닥인데요. 말랑한 심리에세이를 통해서 책장을 넘기면서 사색에 잠기고, 위안을 얻는다면 책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경험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러면 더 깊은 독서 단계로 넘어갈 수가 있구요. 책 읽은지 한참 되신분들도 많을텐데 이런 흥미로운 에세이북들 많이 나와있으니까요. 책과 친해지고 일상의 위안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깐, 이 책은 가벼울 우울증에 대한 가벼운 힐링서가 되겠네요. 가벼움을 무기로 한 콘텐츠, 이제는 서점에서 중요한 무게감으로 진열장에 자리매김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울, 무기력,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이 정도의 가벼움으로 쿨하게 넘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보다 조금은 적정한 무게를 원한다면 정혜신 선생님의 <당신이 옳다>를 봐도 좋을 것 같네요.

 

그나저나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당신이 옳습니다." 


이 간단한 질문과 답을 할 수 있다면,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떡볶이를 함께 먹을 우애가 있다면, 

우울이라는 감정이 전면에 서는 날도 거뜬히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내일 하루는 그런 날이 되기를 바라면서~~


참고문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신드롬이유있는 돌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