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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쿨/뉴스 놀이터

명견만리가 말하지 않는 지방의 위기

 

명견만리 시즌 2 ‘지방의 위기를 봤습니다. 지역의 문제. 지난 수십년 동안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지만 뾰족한 답을 찾기 쉽지 않은 이슈입니다. 명견만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까요?

 

프리젠터는 김용택 시인과 마강택 교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섬진강 김용택 시인의 마을을 사랑했던 시간이 있어요. 마을에 사람은 없었고, 그 고요함과 봄빛이 너무도 좋았죠. 이 좋음에 대해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산책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산책을 하면서 사람을 만날 수 없어요. 마을 거주민이 30명에 불과하죠. 어느 조사에 따르면 30년 내에 군 지역의 37%가 소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화면에 잡히는 빈집들, 외갓집이 있던 정읍 칠보가 생각났어요. 어른이 되어 그곳을 들린 적이 있는데 어릴 적 뛰어놀던 그 동네에는 적막만이 남았더군요. 당연하게도 외갓집은 귀신이 나올 법한 폐가가 되어 있었구요. 그 느낌이 참 싸했는데, 명견만리가 잡은 의성군 신평면을 보면서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네요.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지역 어디선가에서 뛰놀던 아이들은 모두 서울로, 서울로 왔죠. 1960년대 수도권의 인구비중은 전체 인구의 20% 정도였다고 해요, 지금은? 두 명 중에 한 명은 서울과 수도권에 살죠. 특히 젊은층은 거의 대부분 서울로 집결한 느낌입니다. 저희 집 앞 미용실 시다 친구도, 울 회사 막내 FD도 통영에서 정선에서 올라온 친구들이죠. 고시원과 쪽방에 월세 50만원을 주고, 월급은 고작 130~150만원에.

전 제가 어떨 때는 외국인 노동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부치죠.”

저번에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데, 시다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왜 이렇게 모두가 다 서울로 모이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해 모두가 하는 말은 이런 거죠.

지역에서는 먹고 살게 없어요.”

 

카메라는 오래 전 지역이 사라진 일본의 한 지자체를 찾아갑니다. 유령도시가 된 운난시. 거리에는 문 닫힌 상가만 남고 몇몇의 어르신만 남아있네요. 일본의 지역에는 생활필수품 구매가 힘든 쇼핑 약자만도 약 600만명이라고 하네요. ....

 

사실 이 그림을 보면 일본은 한국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좀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지방은 뉴질랜드처럼 자연을 되살리거나 지역의 독특한 문화색깔을 되살리면 되는 것 아니야?

 

이에 대해 마광래 교수는 매우 실리적인 답변을 내놓네요. 지방이 쇠퇴하면 당신들의 지갑이 견뎌야 하는 무게가 높아진다! 그러니깐 사람이 줄어도 도시가 나름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 있기 마련이고, 이 기반을 세금으로 충당하게 되는데 사람이 줄면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면서 이런 통계치를 제시하는데요.

 

20011인당 투입 예산 대도시 43만원, 중소도시 200만원

20301인당 투입 예산 대도시 250만원, 중소도시 1170만원

 

지역에 사람이 줄면 1인당 투입 예산이 늘어나고 이게 전 국민의 세수 부담이 된다는 거죠. 중앙정부 지원 없이 독자 생존할 수 없는 지방 중소도시들은 정부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조만간 이 문제로 온 나라가 골머리를 썩을 거라는 거죠. 사실 전 이 부분에서 뭔가 물음표가 붙었어요. 2001년과 2030년 사이 대도시든 중소도시든 인간이 도시에서 살아가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6배나 증가하는 걸까요?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역을 모두 중소도시로 환원해 설명하는 건 또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어쨌든 군,면보다 대도시를 따라가는 중소도시가 분명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명견만리가 주목한 도시는 일본의 IT인들이 모여 사는 도시 가미야마였어요. 가미야마는 도쿄에서는 600km 정도 떨어진 인구 약 6,000명의 작은 도시인데요, 어느 날부터 들어오는 사람이 나가는 사람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대요. 그 이유는? 딱 한마디로 말하면 13IT 기업의 입성. 오래된 고택, 저렴한 렌트비, 세제 혜택, 빠른 와이파이,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의 여백. 무형의 자산으로 승부하는 IT 기업이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사실 일자리를 만들어야 중소도시의 부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좀 뻔하지만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대도시와 전혀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더 넓게,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게. 이 패러다임으로는 도저히 새로운 일자리군을 만들 수 없는 것이죠. 이 패러다임의 문제는 둘째로 치고, 서울과 같은 논리로는 절대 서울을 넘어설 수 없다는 거죠. 사실 요즘 지역의 중소도시를 보면 신도심이다 외곽 개빌이다 뭔가 수도권 개발 논리와 비슷하게 가는데, 그렇게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게 이 프로그램이 주장하는 바입니다.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게 스마트 축소행정구역 개편인데요. 스마트 축소는 요즘 도시학자들이 자주 주장하는 개념 중 하나인데요, 스마트 축소, 축소 도시 개념을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온 서울대 이희연 교수는 스마트 축소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1950년대 대비하여 인구수가 현재 40% 수준인 미국 클리블랜드는 도시 내 유휴지를 공동 텃밭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008년 기준 클리블랜드는 약 160개 공동 텃밭을 조성했고 주민 3600명이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비어가는 도시를 채우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비움으로써 자연과 조화하는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축소도시가 인구 유입을 위해 무리하게 재원을 쏟아넣는 건 결국 지방 중소도시 간 제로섬 게임으로 결론지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와 인구감소에 허덕이는 지방 중소도시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 중에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꾸릴 수 있는 녹지화다.”

 

작아진 도시에 맞게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 여백의 미학, 자연과의 교감, 지속가능성을 염두하는 스마트함을 발휘하라는 거죠. 이게 가능하려면 일단 구조적으로 필요한 게 지방분권이 아닐까 싶어요.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권한과 재량을 지역으로 내려주어야 한다는 거죠. 오늘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보면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라는 조항을 추가하고, '지방자치단체''지방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바꾸는 등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을 강화하거나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는 지역 중소도시의 스마트 축소를 가능케 하는 제도적 토대가 되지 않을까, 그런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인구수 대비하여 너무 많은 지역 행정구역이 있을 경우 공유지의 비극이 초래할 수 있다는 거죠. 모두가 뭐가 뭔지 모를 그 나물에 그밥인 지역 중소도시의 획일화 우려가 있는 거죠. 여기가 축제를 하면 저기도 축제를 한다, 여기가 신도심을 개발하면 저기도 신도심을 개발한다, 여기에 다리를 놓으면 저기에도 다리를 놓는다 등등. 사실 이 작은 땅덩어리에 17개 행정구역이 있는 건 조금 넌센스라는 생각도 들어요. KTX타고 2시간 30분이면 이끝에서 저끝까지 갈 수 있는 곳에서 말이죠. 그래서

명견만리에서 마강택 교수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행정구역 개편과 지역광역화에요.

 

수도권과 맞먹을 수 있는 큰 권역을 만들어야 합니다. 17개 행정구역(광역자치구역)5-7개로 묶는 지방광역화가 필요합니다. 큰 지방 도시 중심으로 일자리 만들고, 그 대도시가 중소도시와 농어촌을 끌어안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잘되는 곳이 연대책임을 가지고 끌어안고 가는 것이지요. 포용적 지역발전 전략이 필요한 거죠.”

 

사실 이 말에 아니요!”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워요. 지역광역화는 어쩌면 지역자치의 내실화, 스마트 축소 도시 강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제조건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뭔가 좀 공허하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는데요, 그러니깐 지역광역화를 하더라도 지역문제는 풀리지 않을 거라는 의심이 드는 거죠. 뭔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렇다면 현재 지역 문제의 핵심은 뭘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지역이 서울의 내부 식민지가 된 것 아닐까요? 이 식민지를 만들어내는 기제를 전북대 강준만 선생님은 크게 8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경제적 종속. 한국은 수도권에전체경제력의 3분의 2, 국세 수입의 4분의 3, 100대 기업본사의 95%, 예금의 70% 등이 집중돼 있어요. 지방은 하청 공장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죠.

둘째, 그보다 더 큰 문제인 불평등 강화와 빈곤율, 제 아내님이 약 2년 동안 지방 대학에 있었는데요, 정말 놀랐다고 해요. 그 놀람은 이런 이야기로 표현되곤 해요. “서울에서 시간강사를 할 때와 만나는 애들이 너무도 달라. 놀라울 정도로 가난하고 궁핍하고 어려워. 수업 시간에 자는 애들을 깨울 수 없을 정도로...”

 

셋째, 정치적 종속. 금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어떤 건가요? 대선의 연장전 또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의 몸종으로 전락했다는 것 또한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죠.

 

넷째, 국가 엘리트의 독점. 한마디로 말 잘하는 놈, 똑똑한 놈들을 서울이 독점하면서 절대적 발언권 우위를 점한다는 거죠.

 

다섯째. 지방엘리트의 탈영토화. 수도권 상층과 지방의 상층은 이해관계를같이 하거나 지방의 상층이 적극적 저항을 하지 않는 암묵적 승인과 동조를 한다는 거죠. 이른바 강남 집값은 지역 지방 유지들이 올린다는 소문이 있고, 지역의 엘리트들은 방배동 학원을 다니며 인서울 대학을 목표로 한다는 거죠.

 

여섯째. 소통 채널, 미디어의 독점. 자 한국의 서울 매체 집중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죠. 며칠 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를 봤는데, 미국 언론의 두 축 뉴욕타임즈와 워시턴포스트. 하나는 뉴욕에 하나는 워싱턴에 있죠. 우리는? 모두가 서울에 집중.

 

일곱째. 문화적 종속. 대부분의 주요 문화적 인프라, 인물, 이벤트들이 서울에 집중해 있죠. 지역 친구들이 문화적 갈증이 있을 수밖에 없고, 서울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거죠.

 

여덟째. 문화적 모멸. 서울 사람들은 지역민들을 타자화 열등화시키고, 지역민 역시 이 문화적 모멸을 수용하죠. “저를 서울로 데려가 주세요.” 아니면 자녀를 서울에 진출케 하는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을 택하고 있죠. 이것 역시 잘 되지는 않지만서두..

 

어때요? 서로 중첩되고 짬뽕되는 건 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시나요? 강준만 선생님은 지역의 내부 식민지를 충족시키는 이 8가지 요소를 존속, 강화하는 핵심 변수로 크게 교육(대학이 유포 강화하는 인서울 이데올로기), 언론(서울 1극 매체 구조가 생산하는 학습된 무력감), 돈의 문제(중앙의 예산 쟁탈을 위한 받들어 서울 이데올로기)를 제기하는데요,

좀 풀어서 말하면,

교육, 인서울 이데올로기는 이런 걸 말합니다. “솔까말, 지잡대와 SKY는 하늘과 땅 차이지”, “학생들도 교수들도 틈만나면 서울행을 욕망해. 지방대는 인서울 학생/교수 양성소잖아.”

다음으로 언론, 학습된 무력감은 이런 겁니다. “누가 요즘 지역 언론과 프로그램을 봐? 지역 신문? 그건 관공서 홍보에 빨대대고 기생하는 신문이야. 공무원 신문 같은 거지 ”, “지역 방송? 왜 시골집 가서 먹고 놀고 고기잡고 전통시장 가서 축제 구경하고 사건사고나면 아이구 어쩌나 이런 것 내보내는 거잖아. 여기에 무슨 지역이 있고 사람이 있어?” “지역민이 지역 이슈에 관심이 있나? 국가처럼 보기가 지배적인 시선이라구!” 한마디로 지역에 대해서 TV와 신문은 무력감을 양성한다는 거죠.

 

마지막 돈의 문제, 예산을 따기 위해 서울을 향해 받들어 총이라는 건 이런 겁니다. “예산철만 되면 모든 지역들이 앞 다투어다 자기지역이 가장 못살고, 가장 차별받고, 가장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어요. 이른바 우는 아이 젖 더주기 신드롬이죠.”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선거 구호는 나 중앙에 줄 있다에요. 줄을 이용해 더 많은 예산을 따올 수 있느냐가 관건인거죠.” ““세상에서 가장 떼먹기 좋은 돈은 나라 돈이고, 그렇게 떼먹기 좋은 눈 먼 돈을 붙들기 위한 사생결단식의 전쟁이 전국에 걸쳐 치열하게 벌어져요. 근데 지역 담론에서 이 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어요.”

 

 

,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마무리.

명견만리, ‘지역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내부 식민지에서 독립적인 상해 임시 정부가 필요할 것 같지 않은가요?

임시정부에 필요한 것은 행정구역 개편이라든가, 스마트 축소와 같은 연역적이고 위로부터 이식된 개념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모이고 만들어지는 사람, , 그리고 미디어입니다.

거대한 사람, 자본, 미디어가 아니라 작지만 똑똑한 사람들, 적정 금액의 자본, 그리고 작은 미디어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이른바 지역 공동체의 복원이죠.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고, 미디어가 존재하는 공동체.

이게 불가능할까, 생각하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동양의 철학에서는 공간보다 시간을 중요시하는데, 때가 오고 있습니다. 서울 중심의 세상이 만들어 낸 이점도 분명 존재하지만, 점점 더 그 한계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넘어서는 대안은 변방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한국에는 변방이 너무도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거기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개인적으로 조금씩 시작해보려 합니다.

이게 바로 내게 필요한 명견만리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