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뉴스읽기의 즐거움은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입니다.
도대체 드루킹이 누구야? 늦은 관심이지만 여기저기 찾아보았습니다.
본명 김동원. 1969년생. 49세.
네이버 시사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운영자인데요, ‘드루킹의 자료창고’는 회원 수가 2만 7000명, 누적 방문자수가 980만명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블로그네요.
주식과 환율을 다룬 <드루킹의 차트혁명>이라는 책을 출판한 저자이기도 하구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카페를 운영하는 카페지기도 하네요,
한 권의 책도 출판하지 않은 이상한 출판사 ‘느룹나무’ 출판사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출판인이기도 하구요.
드루킹! 지난 10년 동안 온라인 영역을 시작으로 정치, 출판, 경제 영역을 아우르며 많은 일을 한 386세대아재되겠습니다. 드루킹은 고대 유럽 마법사 드루이의 왕이라는 뜻으로,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 워크래프트'에 나오는 드루이드라는 캐릭터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네요. 스스로 온라인의 황태자, 최고의 여론 영향력을 가진 왕이 되겠다는 열망이 드루킹이라는 닉네임에 고스란히 묻어나네요. 좀 더 깊게 이 아재를 보고 싶다면 다음 기사를 클릭하면 됩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아재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좀 아기 같잖아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어~ 이건 유치원 때나 하는 말이잖아요. 유아기에서 더 나가지 못한 친구들이 어른이 돼서도 내가 세상의 황태자야 이러고 다니는데요, 이러면 여기저기서 민폐 캐릭터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친구가 능력이 있어 세상을 휘젓고 다닐 때 이런 황태자들이 일을 벌이기도 하죠. 황태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과 세상의 기운이 마주하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는 거죠.
드루킹 사건은 바로 그 지점에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내가 세상의 황태자라 생각한 친구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싶던 거죠. 그러면서 조직을 만들어요. 그게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죠. 조직 없이는 영향력도 없다. 이 친구는 이 조직을 어떻게든 잘 꾸려가고 싶어요. 이를 토대로 자신의 영향력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고 싶었던 같기도 해요. 그러면서 정치권을 서성이면서 ‘우리가 좀 도와줄게’ 마케팅을 하기 시작합니다. 정치권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죠. SNS다 커뮤니티다 포털이다 이런 데가 여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낄 테니깐요.
드루킹 황태자가 여론을 형성하는 방식은 주로 댓글이었습니다.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확보하고, 매크로 프로그램(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신들이 이끌고자 하는 여론 방향과 싱크로율이 높은 게시글에 자동으로 추천과 공감을 누르게 합니다. 경공모 모니터 요원들에게는 구체적인 댓글 작업을 지시하구요. 작년 대선기간 드루킹당들은 오늘의유머, 뽐뿌, MLB파크, 딴지일보, 82cook, SLR클럽, 루리웹 등 주요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양의 문재인 홍보 글, 타 후보 비방 글, 추천 수 및 댓글 조작을 벌인 것으로 선관위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선 후 반년이 지난 지난 1월에는 상황이 바뀝니다. 문재인 비방 글에 대한 댓글 조작으로 조사를 받는 것입니다.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던 날, 경공모 드루킹 조직은 2290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675개 기사의 2만여개 댓글의 공감수를 조작하는데요, 이 공감 댓글 조작은 문재인 정부 관련 기사의 비판 댓글의 여론 영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반년 사이에 드루킹을 문재인 지지에서 문제인 비판으로 돌아서게 한 데에는 인사 청탁 실패가 주된 이유로 이야기되고 있는데요, 민주당 실세 김경수 의원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했고, 이것이 거부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댓글 공작을 했다는 게 지금까지 언론이나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드루킹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서 공공연하게 중국 도교에서 유래한 점술인 자미두수, 풍수지리학 등 미래예언에 대한 관심을 피력했는데요, 특히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으로 ‘송하비결’은 카페 회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고 하네요. 송하비결은 조선 헌종 때 한 도인이 조선조 말부터 120년 뒤까지를 2800여 개의 사자성어로 예언한 비결서라고 하는데, 드루킹은 일본의 몰락을 송하비결을 통해 확신했고, 앞으로 일본이 천재지변으로 급변사태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자신이 신뢰하는 인사를 일본으로 보내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네요. 그게 민주당과 정부에 인사청탁을 한 배경이었다고 하구요. 그게 좌절되자 정부와 여당에 댓글 공격을 하기 시작한건데, 이 보복이 참 유치원생 같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상식적으로 보면 온오프라인의 황태자가 되고자 한 드루킹이라는 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웃지못할, 그러나 웃긴 참극 같아요. 이에 대해 야당과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기획한 어마어마한 댓글공작이자 부정선거”로 프레임을 가져갈 것이고, 여당은 쭈삣쭈빗거리며 이런 비난을 정면 돌파하지 못할 것이며, 검찰은 우왕좌왕하다 정부 눈치를 본다는 뭇매를 맞을 것이며, 댓글 공작의 장이었던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대한 규제론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올 것이며, 어쨌든 드루킹은 본인의 닉네임에 준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게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볼 때 민주당과 김경수 의원의 실수는 드루킹과 같은 나르시시즘의 대마왕을 가깝게 두었고, 좀 더 조사를 해야겠지만, 너무 많은 지원을 했다는 것이겠지요. 사실 김경수 의원이 인사 청탁에 대해 깔끔하게 거절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마음의 빚이 있다는 것으로도 읽히기도 하는데, 결국 이 사건이 전하는 하나의 교훈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어~를 외치는 아재들은 가까이 두지 말 것.”
그리고 이 사건에서 건질 하나의 캐릭터 역시 드루킹이 아닐까 싶어요. 인간이 신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지 어떤 면에서 하자가 있고, 그 불완전함을 인간이라 인정할 때 드루킹은 좀 깊게 관찰해볼만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에게 이런 아이같은 모습이 있지 않나요? 내가 왕이라니깐!. 이 생각은 정.말. 아재가 될수록 조심해야하는 부분입니다. "전 아무것도 아닙니다."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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