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수의 의견을 지닌 사람들... 대개 침묵할 수밖에 없다. 왜? 이야기 해봤자 안될 것 뻔하니깐.. 괜히 떠들면 다수의 시선에 의해 주눅들 것 같고, 고립될 것 같으니깐.. 그렇게 소수의 의견은 점점 더 사회적으로 침묵하게 되고, 그렇게 다수의 의견은 정.말. 세상의 지배적인 여론이 된다.
(대학교 학부 시간에 배운 미디어 효과 이론 중 침묵의 나선 이론의 요지가 이렇다)
2.
사실 여론조사가 무서운 게 여기에 있다. 미디어에 의해 생산되고 매개되는 여론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개인적 의견을 표현할 것인가 아니면 침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에이 설마~ 난 영향 안받아~ 라구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설문지를 돌리고, 실험을 하구, 해서 나온 결론은 대개 이렇다. 그렇다면 우리가 접하는 여론이라는 것... 알고보면 지배적 의견이 강화되고 소수 의견이 침묵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보면 되겠다.
3.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의 여론 조사 격차는 10~20% 수준이라고 한다. 유시민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여론 조사 격차도 10% 이상이라고 한다. 사실 이 정도되면 게임 종료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과연 그렇다가 세상의 정답이겠지만,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게 내 일관된 생각이다. 그리고 2010년 한국의 신문과 방송의 행태를 보면, 이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게 우리 시대 작은 희망의 씨앗이라는 생각도 든다.
4.
이명박 정부가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이 정부가 시민을 총으로 칼로 때리고 죽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정권의 폭력성은 시민들이 수다떨고, 지적질하고, 욕하고, 옹알거릴 수 있는 공간과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과, 시민 영역과 정치 영역의 의사소통을 무시하고 외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정권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네가 잘 몰라서 그래. 우린 안그래. 얼마나 민주적인데~”, 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게 더 한심한 거다. 잘못하고 있으면서도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니깐... 이런 경우 우리 사회의 정치적 민주주의? 당분간 발전 가능성 거의 없다보면 된다.
5.
민주주의의 퇴보, 그 중심에는 언론의 무책임성, 당파성, 권력에 대한 견제 소홀이 자리잡고 있다. 참..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기막히게도 조중동 뿐만 아니라 KBS, MBC, 네이버, 다음.. 소위 여론을 매개하고 확장하는 대부분의 채널이 이명박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되었더라. 그리고 누군가 이게 아니잖아요~라고 강하게 어필했다가는 언젠가는 검찰 수사 들어가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찌질한 보복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더라.. 표현의 자유? 이 정권에서는 씨알도 안 먹히는 개념이다.
6.
모두가 부정하고 싶겠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여론 다양성.. 언젠가부터 스멀스멀 줄어들더니, 지금은 고사직전이다. 한겨레나, 경향신문이나,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이나... 소위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여론 영향력.. 우리나라 전체 여론 시장에서 10%나 될려나? 나머지 90%는 죄다 정부 친화적으로 재편됐다고 보면 된다. 고백하자면 몇 년 전의 나, 경향신문이나 오마이뉴스 잘 안 보던 사람이다. 그것 안보더라두 세상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 관점 얻기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은 꾸역꾸역 그런 사이트 들어가지 않으면, 도대체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생각이 이 세상에 떠돌고 다니는지 알 길 없다.
이렇게 정부 편향적으로 모든 언론이 재편된 상황에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를 이기는 것, 사실 누가 후보로 나오든 당연한 것 아니야?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지금과 같은 언론 지형에서 집권당과 야당의 격차가 10~20% 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정권이 좋아할 게 아니라, 정말 통렬히 반성해야 하는 지점이다. 얼마나 못났으면, 모든 언론을 통제하고 지배해도, 지지율 차이는 10% 정도 밖에 안 되냐? 이런 반성이 필요하다는 거다.
7.
얘기가 엉뚱한 곳으로 빠졌지만...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10% 여론 격차... 이 격차는 내가 주변에서 듣고 보는 여론과 너무도 차이가 나서, 사실 체감적으로 믿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믿기지 않은 것이 냉정한 현실이겠다. 이 현실은 이명박 정권의 여론 장악, 그 기획의도가 완벽하게 구현된 형국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언론을 장악하고자 했고, 그 시도에 많은 언론인들과 언론을 좌지우지 하는 경제계, 시민단체들이 딸랑딸랑 거렸고, 그렇게 구성된 언론은 우리 사회의 지배적 시각이 되었으며, 그럼으로써 정부를 비판하는 시각은 완벽하게 소수의 시각으로 전락해버렸고 그러자 정부를 비판하는 시간과 사람은 짙은 고립과 무력감에 빠지고, 오랜 침묵에 빠져들었다. 이게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8.
이번 투표 결과는 그 침묵이 얼마나 말해지느냐에 따라 그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여론조사는 당연하게도 이명박 편이 높게 나오지만, 그 편에 서지 않은 사람들이 얼만큼 현실을 냉소하지 않고, 침묵하지 않으며,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느냐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9.
그런데 사실 그게 쉽지 않다. 하찮은 무력감, 냉소가 우리의 삶을 초라하게 만들지만, 원체 인간의 삶이 초라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번에는 투표장에 갈 생각이다. 적어도 질 것 같으니깐, 소수 의견이니깐.. 침묵하는 우는 범하지 않겠다는 거다. 그 침묵 때문에 어쩌면 내 삶이, 우리 삶이 이토록 숨막히게, 극단적으로 편협해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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