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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쿨/뉴스 놀이터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과 천안함...

출처: 동아일보



이명박 대통령 천안함 사태 관련 대국민담화 "북한 무력 침범땐 즉각 자위권 발동".
사실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 주를 시작하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닌데, 주변을 감싸고 있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대국민담화를 안들을 수도 없는 노릇. 듣는 순간, 기분이 꽝~... 도대체 지금 뭐하세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행위라는 것, 그럴 수도 있다. 나도 처음 소식을 접한 순간 북한 소행 아니야?라는 생각을 즉각적으로 했으니깐... 그런데 이 정부는 도대체 나를, 우리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실 들으면 들을수록 천안함 관련 우리 사회의 주류 담론들, 정부와 언론이 흘러내는 담론들, 어의없는 뻥이라는 확신만 들 뿐이다. 뭐~ 이런 언론이 있고, 뭐~ 이런 정부가 있어? 북한 소행이 진실일 수 있지만, 진실을 대하는 우리 정부와 언론의 자세가 너무도 어이가 없어, 오히려 진실이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이 되버렸다.

과장과 왜곡이 진실을 은폐하는 것,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권력은 필요할 때면 그렇게 한다. 특히 선거철에는... 그런데 이번의 은폐와 과장과 왜곡은 너무나 황당한 3류 소설 같아 어의가 없을 뿐이다. 날 바보로 아는거야? 시민을 바보 등신으로 아는거야? 소설도 제대로 써야지, 잘못 쓰면 웃길 따름이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버블제트 어뢰 공격이고, 우린 그 공격을 전혀 알지 못했다? 만약 이게 1%라도 사실이라면 북한의 대담함과 치밀함은 미국을 넘어, 돌아온 우주전사 ‘V’의 그것에 뒤지지 않고, 우리나라 안보의 허술함과 안일함은 배나온 민방위 아저씨 수준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이었다. 바다에는 세계 최고의 레이더 시스템을 갖춘 이지스함이 세 대나 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어뢰공격을 아주 깔끔하게 성공시킨다? 천안함 장병들은, 해군들은 어뢰가 터져 배가 두 동강이 나기 직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난지 알지 못했다? 이게 말이 되는 거야? 그리고 북한 도발의 결정적 증거로 알려진 어뢰 프로펠러, 수십조의 국방비를 투자해서 개발하고 미국에서 사재낀 최첨단 기기가 아니라 쌍끌이 어선 어부에 의해 발견됐다? 그것도 한 달 넘게 증거 못 찾다가... 최종 발표 5일 전에? 선거 직전 갑자기? 참.. 참... 참....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버젓이 근거라고 이야기하면서,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말할 수 있나? 이건 뭔가 사기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젠장~ 반증할 수 있는 논거가 없다. 당연하지.. 정보를 가진 정부와 국방부가 외부로 철저히 모든 것을 감추고 있으니, 어떻게 반증할 수 있어?

그런데... 천안함 사건이 북행이 저지른 도발행위라면, 이게 진짜라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그 증거까지 남기지 않은 북한의 군사적 능력은 미국을 능가하고, V를 능가한다. 만약 정부와 국방부와 보수 언론의 말이 맞다면, 남한의 모든 것은, 언제든 어느때든 파괴될 위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국방력으로 그런 북한에 대응하는 것? 불가능하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고 주장하는 자, 말하는 자들은 신라면이라도 집에 쟁겨놓을 상황이고, 돈이 있다면 외국으로 도망가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열심히 내놓는 사람 대부분은 오늘도 버젓이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한국땅에서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자가용을 몰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그들은 북한을 욕하고, 빨갱이를 팔면서, 돈을 벌고, 권력을 얻는다. 전쟁 불사를 외치면서... 하~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소설가 이외수는 트위터에 이런 말을 적는다.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한국에는 소설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가진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30년 넘게 소설을 써서 밥 먹고 살았지만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는 딱 한 마디밖에 할 수가 없다. 졌다!” LA타임스 한국 주재 기자도 비슷한 말을 남긴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한국에서 제임스 본드류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007영화’에서나 볼 법한 SF적 발상을 일부 언론이 천연덕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몰상식이 상식이 되고, 불가능한 것이 당연한 것이 된다. 소설이 다큐가 되고, 다큐가 픽션이 된다. 이 전복을 가져오는 이데올로기의 망령, 나는 이게 무섭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간은 2010년이다. 1950년이 아니라... 6.25전쟁이 끝나고, 반백년이 흘렀는데... 그 사이에 우리 할머니 금강산 구경도 가고, 남북 정상이 악수도 하고, 누군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엉엉 울기도 했는데... 또 이게 뭐냐? 

나 갠적으로  정치라든지, 안보라든지, 국방이라든지.. 이런 것에 그닥 관심없다. 음~ 관심없어두 됐다는 게 좀 더 올바른 표현이겠다.  이런 내가 이런 글을 쓰다니.. 이명박 정부.. 참 미치도록 고맙다~ 언제쯤 다시 남북이 부대끼며 때론 낄낄대고, 때론 조잘거릴 수 있는 (위에 사진처럼...) 그런 시절이 올까?  쌓는 것은 어려운데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지금 이 시간도 북한의 또 다른 나는 굶주림과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