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서울 광장의 잔디는 서럽도록 차가웠다. 그 서러움을 깔고 앉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르고 불렀다. 오랜만에 크게 울었고,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땅에 있을 때나 저 하늘에 있을 때나, 나의 심장을 펄떡펄떡 뛰게 만드는 사람이다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다는 이해찬 전 총리의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노무현 대통령이 인왕산 밑자락에 있을 땐, 우린 살아숨쉬는 시민이었다,고 생각한다. 웃어야 할 때, 웃을 수 있었고,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땐 우린.. 인간이었다. 그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 다 떠나서, 그는 시민을 시민답게 만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짙은 무력감에 빠져있다. 이 무력감이 나를 짐승으로 만든다. 이 타락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웃어야 할 때 웃어야 하고, 울어야 할 때 울어야 하며, 말해야 할 때 말해야 하며,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해야 하며,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닐까?
명계남과 김제동의 목소리를 블로그에 흔적으로 남긴다. 내 자신이 그 느낌, 그 감정 잊지 않기 위해서....
"노무현 대통령님, 난 허전해서 미치겠어요. 난 당신이 살아있었으면 좋겠어요. 난 당신이 봉하마을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우리에게 남겨놓은 숙제, '진보의 미래' 다 때려치우고 여기서 우리랑 같이 살아있었음 좋겠어요. 언제나 웃는 모습, 손녀와 자전거를 타던 모습이 아니라 붉은 피가 도는 심장을 가진 당신의 몸짓, 생각, 글. 당신의 분노, 기쁨, 절망을 느끼고 보고 만지고 싶어요. 살아있지, 살아있지, 대통령님 저 너무 힘들어요. 단 한 번도 그대를 의심하지 않으면서도 고통 받는 당신이 보기 괴로워서, 무기력한 나 자신이 싫어서 당신을 외면하고 시간아 흘러라고 하다 황망히 당신을 잃어버린 나 너무 아파요. 앞으로도 계속 아플 것 같아요. 하지만 약속할게요 아파도 죽지 않을게요. 당신 하나 통으로 내줬으면 됐어요. 우리만 살아서 미안해요. 하지만 깨어있는 시민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승리의 북소리가 울리는 것 꼭 지켜볼 거에요."(배우 명계남)
"웃을 만큼 웃고 눈물도 흘릴 만큼 흘리고. 극과 극은 통해 있으니, 하늘과 땅이 통해 있고, 웃음과 눈물도 통한다. 또 저 위에 계신 분과 우리가 통해 있음을 잊지 않겠다." (김제동)
"밤은 깊어가고 비는 내린다. 여러분들께서는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신지요. 손잡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지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만나고픈 사람이 있으신지요. 화내고 발을 동동 굴러서라도 다시 여기로 데려오고 싶은 분이 계신지요. 비가 하늘에서 내립니다."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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