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관! 넌 뭐냐?
시끄러운 도서관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도서관은 이렇게 간식을 먹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떠들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는 조금은 소란스러운 공간입니다. 생각해 보면 어린이도서관이 시끄러운 건 당연하기도 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기에 아이들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들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존중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때로는 나만 아는 것 같다가도 엄마 노릇을 하며 친구들을 돌보아주기도 하고, 호기심이 발동하면 책뿐만 아니라 도서관 이곳저곳을 탐험하기도 하고, 그러는 중에 사색에도 잠기고, 소곤소곤 혹은 시끌시끌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이제 막 만나게 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이렇게 생동하는 삶, 그 자체를 시시각각 탐구하고 알아가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있는 어린이도서관이 시끄러운 생동감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어린이도서관은 가만히 책상에 앉아 눈으로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옆의 친구들에게 말을 걸거나 함께 떠들면 안 된다는 식의 아이들이 지킬 수 없는 규칙들은 만들지 않습니다.
어린이도서관을 휘휘 둘러보면 어떤 아이들은 한쪽 구석에 떡하니 누워 앉은뱅이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책을 읽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책상 아래로 기어들어가 곰처럼 잔뜩 웅크린 채 책을 읽기도 합니다. 이 중에도 눈으로 책을 읽는 아이, 입으로 소리 내 읽는 아이, 심지어 눈까지 감고 다른 아이가 소리 내 읽는 내용을 귀로 듣는 아이까지, 아이들의 책 읽는 모습은 저마다 다양하고 자유롭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아이들은 한쪽에 삼삼오오 모여 집에서 있었던 일, 학교에서 있었던 일, 도서관 소모임에서 있었던 일 등 일상다반사에서부터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한 생각, 친구와는 다른 자신만의 생각 등에 대해서도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눕니다.
놀이가 배움이 되는 도서관이다.
수민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도서관에 다니는 아이들 모두가 수민이처럼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수민이보다 더 영민하고, 적극적인 아이들은 도서관 밖에서도 수없이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수민이가 지닌 특성들이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기도 하며 놀면서 어울리고 어울리면서 상대를 존중하는 도서관 문화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수민이는 상점 벽과 이름이 시적이라는데 아름다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우리 마을에도 상점 벽과 이름에 아름다운 시구를 넣으면 엄마도, 도서관 선생님들도, 학교 친구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겠지요. 때마침 생각을 그대로 실현해 준다는 고양시의 아이디어 공모를 봤고, 아이는 본 것과 자신의 생각을 적어 공모전에 제출했습니다.
물론 4학년 아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어른들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수민이의 자발성과 능동성의 이유를 학원 교육 하나 없이, 다년간 다닌 도서관에서 찾는 건 무리일까요? 자신에 대한 자신감, 엄마 이외의 어른들 중에도 자기편이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책으로부터 얻는 위안까지. 선생님도 없고 시험도 없지만,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배우는 아이들. 놀이가 배움이 되고, 눈 맞추고 말을 거는 어울림도 그대로 배움이 되는 도서관이란 공간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문화를 만드는 도서관이다
어린이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문화의 세계를 아이들에게 펼쳐보입니다. 아이들은 익숙한 공간에서 엄마가 보여주는 공연, 자원활동가 선생님이 보여주는 공연, 혹은 전문 문화인이 보여주는 공연을 도서관에서 즐깁니다.
친숙한 공간에서 친밀한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문화 경험은 아이들에게 순간의 느낌과 감동을 전해줍니다. 엄마, 아빠, 아저씨, 아줌마의 눈빛과 표정이 일상과 달리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그들의 무대 경험이 무대 아래에서는 어떻게 재조명되는지 아이들은 함께 공감하고 느끼며 일상의 문화를 체화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이런 관찰과정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문화를 생성해 내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함께 가져다주기도 하며, 아이들이 크고 작은 문화를 직접 만들어 내게도 합니다. 문화는 문화를 즐기는 소비자에서 그 문화를 창조해내는 생산자까지, 친근한 일상의 부대낌과 관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또 다른 일상일 뿐입니다.
엄마표 도서관이다.
공간은 다르지만 엄마, 그들이 가진 능력은 절대 작은 것이 아닙니다. 대개 30~40대인 엄마들은 사회에서는 고급노동력으로 왕성하게 일할 시기에 속하고,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받은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양육이 전적으로 가정에 맡겨진, 게다가 가부장적 구조가 여전히 확고한 우리의 교육 현실 속에서 아이 교육은 대부분 엄마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로든 분출해야 하는 여성들의 양질의 에너지가 ‘내 아이만을 위한 교육’이라는 기형적 자식애로 수렴되는 과정입니다.
결국, 과열된 입시제도에서 비롯되는 모든 교육의 문제들-조기교육, 사교육, 엘리트교육 등, 그리하여 한쪽으로만 치우친 성장을 하게 되는 아이들의 문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데서부터 시작합니다. 결국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공고히하려는 어떠한 노력과 정책도 ‘엄마’를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맥락에서 살펴보지 않는 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어린이도서관, 넌 뭐냐?”고 물으며 가졌던 궁금증이 이제 조금 풀렸습니다.
어린이도서관은 사회적 모성의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의 생동감 있는 시끄러움이 표출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속에서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문화가 자기주도적으로 소비되고 생산되는 공간으로, 공공도서관의 어린이열람실과는 깊이와 폭이 다른, 또 하나의 배움터가 되는 공간입니다.
공공도서관의 어린이열람실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으로 그 중심이 ‘도서관’에 있습니다. ‘어린이’는 도서관을 수식하는 하나의 어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으로서의 ‘어린이열람실’은 ‘어린이’가 중요하기보다는 ‘도서관’이 지니는 전통적인 개념인 ‘열람을 위한 독서 환경’을 더욱 중요시하게 됩니다. 여전히 ‘정숙’, ‘바른 태도’, ‘엄숙함’을 강조하는 다수의 공공도서관 어린이열람실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높은 곳에서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어린이도서관’은 자체가 하나의 고유명사입니다. 어린이와 어른, 그리고 도서관이 함께 주체가 되는 교육 공간으로서 말입니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이란 책의 제목 역시 도서관의 시각에서 바라본 도서관 활용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정책으로써 오늘의 어린이 교육을 위한 대안 교육 공간, 그 교육 환경으로서의 가능성을 어린이도서관에서 찾아보고자 하는 하나의 교육제안입니다.
1. 교육과 인간에 대한 건강한 상식의 끈을 놓지 않는 부모들에게 본질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테두리를 다시금 제시하고(교육환경-도서관-부모), 2. 그 안에서 아이들 스스로가 온전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보자는(교육환경-도서관-아이) 교육 방법론에 대한 제안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 1장. 어린이도서관! 넌 뭐냐? 中
[출처]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열람실과 같다? 다르다?|작성자 봄날
'공부의 즐거움 > 어린이 도서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동네 어린이 도서관 101% 활용법> 출간기념 이벤트 (0) | 2010.04.01 |
---|---|
[서평] ‘김명하의 도서관’이 남다른 것은 _ 평유역사가학교 이영남 (0) | 2010.03.24 |
[서평] 독서교육 최적의 장소인 도서관 (0) | 2010.03.24 |
[책속으로] 3장_부모를 위한 도서관 활용법 중 (0) | 2010.03.24 |
[서평] 1,2_바로 옆에서 들려주는 듯한 살아있는 인터뷰를 통한 전달방식 (0) | 2010.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