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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쿨/뉴스 놀이터

카풀과 택시의 논쟁. 시사인 천괄율 기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든 단상들...



지난 주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이런저런 집회들이 계속되었는데요, 가장 큰 규모는 개인 택시노조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4개 택시단체들이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집회였습니다. 택시단체들은 카카오의 카풀을 '불법 자가용 영업'으로 규정하고, "카카오 카풀이 도입되면 기존 택시시장이 잠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 집회를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대기업의 동네 상권 침입이었어요. 그러나 여기에는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해요. 관련하여 가장 먼저 들리는 이야기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인데요, 관련하여 제 페북 타임라인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기사가 시사인 천관율 기자가 이재웅 쏘카 대표를 인터뷰한 기사였어요.



 

이 인터뷰 기사를 한 번 찬찬히 살펴보면서 2018년 개인 택시, 쏘카, 공유경제, 대기업, 동네상권, 꽉 막힌 서울 도로를 둘러싼 대한민국의 한 전경을 살펴보려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천관율 기자는 카풀과 택시라는 전장을 기술, 혁신, 새로운 패러다임, 그로부터 발생하는 사회문제들과 그것을 풀어내야 하는 정치가 충돌하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일단 전장의 표피부터 한꺼풀 벗겨내보죠.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이에 반발하는 택시 업계의 갈등은 어찌보면 당연해보여요. 당연하죠. 누구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와 맞물려 있으니깐요. 택시 업계와 카풀 서비스가 직접 부딪히는 법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인데요.

 

이 법 제811항에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라고 적혀 있는데요, 문제는 단서 조항!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되어 있다고 해요. 문제는 여기서 출퇴근 때라는게 구체적으로 몇 시부터 몇 시까지야! 인데요.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규정을 근거로 현행법상 카풀 서비스는 정부 허가가 필요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택시 업계는 당연히 여기에 반발하죠. “힘있고 돈있는 대기업 카풀 업체들이 모호한 규정을 악용해 종일 사업을 하려 한다고 우려하는 거죠.


이 우려와 논쟁을 중재해야 할 국가는 어떤 입장일까요? 사실 여기에 대해 국토부 공무원들이 할 이야기는 정해져 있어요

정부가 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이건 공무원을 뭐라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바로 이 부분에서 새로운 법과 제도가 필요한 거죠. 출퇴근이라는 게 유연근무, 프리랜서, 직업과 근로 형태의 다양화로 어느 시간으로 한정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잖아요. 그렇다고 24시간을 모두 출퇴근 시간이라 보는 것도 어불성설이죠? 


사실 이 법이 정해질 때 세상은 이런 세계가 올거라고 상상하지를 못했다는 게 가장 진실가에 가까울거에요.  출퇴근할 때 동료, 지인들과 함께 차량을 공유하는 게 어마어마한 사업의 영역이 될 수 있을지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그렇다면 이 기회에 새로운 법, 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피한데요.


카풀 서비스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개인택시 운수업자들의 주된 논거 중 하나는 개인택시운송사업 면허가 필요없는 면허없는 기사의 양산이라고 해요, 이게 개인택시 기사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정부가 택시총량제를 시행하면서, 전국을 156개 사업구역으로 나누고 인구에 맞게 적정대수를 지키도록 하고 있는데, 이미 포화상태라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지난 십수년 간 신규 개인택시 면허를 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합니다, 그러다보니 택시 기사가 개인택시 면허를 얻는 방법은 자격 기준을 갖춘 뒤 타인에게 면허를 사는 것밖에 없는데요. 카풀 업체의 등장이 이 가격(평균 8000만원대로 알려져 있어요~)을 떨어뜨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정부와 국회는 이 택시 면허의 가치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입안했는데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 중산층의 먹거리가 달려있기 때문일 겁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이 가치의 보장이 가능할지 알 수 없을만큼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에 대해 천관율 기자는 택시 문제라는 좁은 전장에, 앞으로 한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거대한 질문들이 줄줄이 숨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보면...

 

첫째, 택시는 공유경제 시대의 가장 첨예한 전선이다. 공유경제라는 아이디어의 핵심은 단순하면서도 위력적이다. 사람들은 비싼 물건을 소유하지만 그걸 최대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가장 비싼 물건은 대체로 집과 자동차다. 자동차는 사용 가능 시간 중에 약 4~5%만 실제로 이용한다. 95%는 놀고 있는 셈이다. 집은 그보다는 활용성이 높다. 하지만 집은 자동차보다 훨씬 비싸서, 조금만 공유하더라도 큰 이익이 발생한다.이 노는 자원을 가진 사람과 이게 필요한 사람을 제대로 이어줄 수만 있다면, 효율은 극적으로 올라간다. 이런 아이디어는 낯설지 않다. 마을 공동체끼리는 노는 물건을 빌려 쓰는 상부상조가 잘 작동한다. 누가 뭘 갖고 있는지 누가 무엇이 필요한지 서로 알고, 그걸 빌려가는 사람이 정직하게 돌려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와 신뢰가 갖춰져야만 공유가 성립한다. 그리고 마을 수준을 넘어가면 정보와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기술혁신이 정보와 신뢰의 문제를 크게 개선했다. 서울에 사는 여행자는 런던에서 노는 방이 어딘지 알 수 있고, 그 집주인이 친절한지 바가지를 씌우는지를 누적된 평점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공유경제는 지구 차원에서 작동하는 강력한 힘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이 힘이 가장 먼저 충돌하는 전장이 택시다. 공유경제의 아이콘 중 하나인 우버는 일반 승용차 소유자가 승객과 연결되도록 해주는 플랫폼이다. 이 사업모델은 택시 면허의 가치를 사실상 사라지게 만든다.

 

둘째, 미래 기술의 충격이 예정되어 있다. 차량공유 플랫폼은 장기적으로 자율주행차 시대를 장악하기 위한 예비 전장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우버와 같은 플랫폼은 거래의 한쪽 당사자인 운전자를 삭제하고, 자율주행 차량과 소비자를 이어줄 수 있다. 운전자를 제거한 자율주행 차량은 지치지도 않고 도시를 누빌 것이다. 이동혁명이 언제 도래할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술만 놓고 보면 그리 먼 미래는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그리고 이 기술혁명은 우리가 어딘가로 이동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셋째, 공유경제 시대는 모든 가치 있는 자원을 쪼개서 거래하게 될 것이다. 집과 자동차의 공유는 이미 작동하는 현실이다. 노동력은 어떨까? 노동력 역시 쪼개 팔기가 지금보다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집과 차를 쪼개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노동은 사람 그 자체가 달린 문제다. 20세기의 사회계약은 자본·노동 관계에서 노동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 일방적으로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 등이 대체로 보장되어왔다. 노동보호는 하루를 통으로 일하는 전일제 일자리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공유경제라는 힘은 노동을 쪼개 팔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쪼개진 노동을 어떤 식으로 보호할지는, 아직 제대로 된 사회계약이 없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똑똑한 천관율 기자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수 없는데요, 그런데 그만큼 정서적인 저항감과 의문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니깐 뭔가 이 논리에 중요한 게 빠져있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우선 개인 택시를 공유경제 시대의 가장 첨예한 전선으로 만든 것은 택시가 아니라, 혁신을 앞세운 카카오라는 자본이죠. “공유가 경제와 마주치고, 그 경제가 카카오와 맞물리면서, 그러니깐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오면서 전선이 만들어진 겁니다. 이걸 혁신이라 이야기하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왠지 여기에 no!라고 이야기하면 후진 입장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둘째 차량공유 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의 영역이 자율주행차 시대를 장악하기 위한 예비 전장이라는데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밥벌이가 달려있는 치열한 거리의 현장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기술담론을 엮어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게 됩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우버와 같은 플랫폼(또는 택시 운수사업자)은 거래의 한쪽 당사자인 운전자를 삭제하고, 자율주행 차량과 소비자를 이어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좀 무섭기도 합니다. 이 정도 되면 이동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걸 넘어 노동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시대의 도래를 말하는데, 노동자는 삭제되고 소비자만 남는 시대,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과 소비하는 인간만 남는 시대는 디스토피아적입니다. 이 디스토피아적 시대를 욕망하는 것 역시 거대 자본과 테크놀로지이지 보통의 인간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공유경제 시대는 모든 가치 있는 자원을 쪼개서 거래하게 될 것이라 말하는데, 공유경제를 관통하는 교환 가치의 핵심은 상품교환을 넘어선 증여와 호수성의 원리 아닐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자원을 쪼개서 거래하는 것은 표피요, 실제로 그 이면에는 자원을 증여하고 선물하는 법칙이 우선한다는 것이죠. 마을 공동체, 공간 공유, 에어비앤비, 이런 것도 자원을 쪼개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터전과 자원을 증여하고 선물하는 개념, 이를 통해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속가능한 수익과 효율성의 원천이 쪼개서 거래하는 게 아니라 선물하는 마음과 행동이라는 거죠

노동력을 자원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쪼개서 판다는 사유는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너무도 착취적이기도 합니다. 천기자님은 이렇게 쪼개진 노동을 어떻게 보호할까에 대한 논의,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글쎄요. 시간에 따라 쪼개진 노동이란 현장에서는 최저임금과 하루에 두, 세 개의 알바를 전전긍긍하는 일상으로 귀납되지 않을까요?


사실 이렇게 딴지를 걸면서도 변화하는 세상 속에 단지 딴지만 거는 사람이 되고픈 마음은 1도 없구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들을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한 시점인데요. 새로운 대안적 경제를 논할 때, 변화하는 테크놀로지와 그에 따라 예비 되는 사회를 상상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딱 하나, 사람인 것 같습니다. 가장 허름한 곳에 있는 침묵하는 목소리들말입니다. 과연 이 변화가 동네 전통 시장에, 옆집 개인택시 아저씨에게, 파견직 후배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여울목이 있고, 그 여울목에서 없어지는 직업, 공간들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괜찮은 사회란 그 여울목에서 그 경계에 있는 사람들, 직격탄을 맞는 사람들을 나몰라라 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의 사회적 안전장치와 디테일한 넥스트 스텝 설게도를 마련해놓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전장에 서있는 사람, 이재웅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도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요? 자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