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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쿨/뉴스 놀이터

늪에 빠진 경제정책에 대하여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작금의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이유는 하나, 경제정책때문인 것 같습니다. 관련하여 주진형 이사님이 한겨레 신문에 칼럼을 하나 기고했는데 한번즈음 곱씹을 부분이 많습니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대표이사는 묻습니다. 왜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엔 그렇게도 과감한 정부가 부동산과 가계부채에는 소극적이고 미봉책 남발에 급급할까? 그러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파퓰리즘에서 찾습니다.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국민에게 인내를 부탁해야 하는 일은 피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최근 경제정책 중 가장 큰 이슈가 된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문제를 화두로 잡습니다. 이 두 문제는 사실 성격이 다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가 일으킨 논쟁 이슈입니다. 이에 비해 서울권 아파트 가격 상승은 늘 불안했던 문제가 다시 표면 위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주진형 대표이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정부가 일으켰고, 부동산 문제는 정부가 덮으려다 실패했다.

 

사실 집권 초기부터 경제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최저임금 인상도 부동산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이었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도 이루어진다는 이론입니다. 경제침체와 성장 둔화의 핵심 원인을 내수와 소비 부족, 소득분배 불균형 문제로 보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늘리고 소득을 분배해 총수요를 늘리겠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 이론의 배경입니다. 그 맥락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정책 목표였습니다.

 

문제는 이 정책 목표가 현장에서는 너무도 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목표가 되기 어렵다는 데 주진형 이사는 한 표를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주진형 이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용은 여러 거시경제 활동의 결과에 의해 정해지는 지표다. 그래서 경제학에선 고용을 파생 변수이자 결과 지표로 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자기가 조금이나마 통제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나 조세정책을 결정하기도 전에 먼저 고용 목표를 내세웠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자기가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를 국민에게 약속한 꼴이 된다. 만약 그 숫자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치적 책임 문제가 제기된다. 다른 원인 때문에 고용량이 목표에 이르지 못해도 비난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실 경제학을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정책목표가 정부가 지향하는 결과 지표를 의미한다면 우선적으로 이 목표를 정한 후 이를 이루기 위한 수단들을 재정정책이나 조세정책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깐,  아주 요상한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금 인상을 야마로 하는 소득주도성장이 총수요에 미치는 효과만 고려할 뿐 총공급에 미치는 효과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는 사실 선택의 문제입니다. 소득주도가 아니라 이윤주도 성장을 추진해도 반대의 비판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문제인 정부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을 잡은 것은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 일자리와 임금의 문제를 국가가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 오히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책 수단의 정치함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이것은 기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수많은 정책 수단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수많은 정책 수단 중 가장 정면에 섰을 때 그것이 어쩌면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도 있겠다는 우려의 목소리였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고용에 별로 영향이 없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제기된다 하더라도, 일단 우려와 불안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순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줄 수밖에 없는 영세 사업자들은 고용의 문을 닫기 마련입니다. 그게 단지 불안때문만은 아닙니다. 다른 정책 수단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영세사업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실질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누가 보더라도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주진형 이사가 왜 굳이 상치되는 정책 수단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중요하게 곱씹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더해 주진형 이사가 강조한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소득이 늘어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부채를 집 때문에 감당해야 한다면, 소득상승이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그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약한 연결고리가 여지없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아무리 창출해도 그 일을 통해 가장 기본적인 주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득주도성장을 정책목표로 삼았다면 문제인 정부는 무엇보다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 정말 적극적인 정책수단을 도입해야 했다고 봅니다. 소득이 늘어도 부채 때문에, 부동산 가격 때문에 성장이 불가능한 토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인 정부는 이상하게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라고 주진형 이사는 질타합니다.

 

예를 몇 개만 들자. 가계부채는 연 8% 증가 선에서 막겠다고 저 멀리 선을 그었다. 명목소득이 5% 증가하는 한국에서 이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올라가도록 놔두겠다는 말이다. 현상유지 정책이다. 그러면서도 일을 하는 척은 해야 하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대출을 막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기준은 은행이 정하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기껏해야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 금액이 70%가 넘는 대출 비율이 너무 높지 않게 좀 챙겨보겠단다. 다른 나라에선 이게 30%만 넘어도 위험한 대출로 친다. 한국 가계는 모두들 아무도 모르는 쌈짓돈이 따로 있나 보다. 아파트값 상승은 투기수요에 의한 것이라며 특정 지역 다주택자만 양도세를 차등과세하겠다고 했다. 아무려나 양도세는 매매차익이 생겨야 세금 낼 돈이라도 생긴다. 현 상황을 유지하는 데나 쓸모 있는 임시 정책에 불과한데 그걸 주 무기로 쓰겠단다. 누가 실수요자이고 누가 투기수요자인지를 자기들은 척 보면 안단다. 그런데 나는 그 투기수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실수요도 뭔지 모르겠다. 주택은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자산이다. 사용가치도 있지만 자산가치도 있다. 집을 사는 사람치고 그 주택의 자산가치에 무심한 사람은 없다. 투기수요와 실수요를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은 한국 관료만이 갖고 있다. 왜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엔 그렇게도 과감한 정부가 부동산과 가계부채에는 이렇게 소극적이고 미봉책 남발에 급급할까? 내 생각엔 정부가 쉽고 생색 나는 일부터 하고,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국민에게 인내를 부탁해야 하는 일은 피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늪에 빠졌다.”

 

이 마지막 문장에서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 늪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번 공부를 해보려 합니다. 왜냐하면 국가는 모르겠고, 일단 내가, 우리가 늪에 빠지면 안되는 거잖아요. 서울을 애정하는 내가, 서울에서 밥벌이를 하는 내가 다른 것도 아니고 집값 때문에 서울에서 퇴각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반대로 집값 때문에 서울에서 맨날 21일에 대출금 값는 것에 허덕일 수도 없는 거잖아요.

 

늪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소득도 늘고, 그래서 성장도 해야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