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스쿨/뉴스 놀이터

강남집값, 재건축,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작년 이맘 즈음 결혼 후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사라는 것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말이죠. 마눌님의 밥벌이 공간이 안산으로 바뀌면서 제가 사랑하는 경복궁, 부암동, 세검정의 노선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자 고럼 집을 한번 찾아볼까,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이게 도대체 뭐야? 그러니깐 이건 가격의 문제이기 전에 무력감의 문제였습니다. 도대체 전셋값도 감당할 수 없는 서울의 집값.


여기저기 발품을 팔다, 상상도 해보지 않던 부자 동네로 터전을 옮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 그 부촌에~~” 이런 꼬리표가 붙는 동네였습니다. 하하~ 발품을 팔다보면 틈새가 있기 마련입니다. 안산에 가기 편하면서 제 밥벌이 공간과도 가까운 동부 이촌동. 구글을 뚫어지게 살펴보며 여기가 최선의 공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샅샅이 뒤지다보니 나름 허름하고 오래된 아파트, 반전세의 틈새가 있던 겁니다.


이른바 재건축 대상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월셋값이 아주아주 저렴한 아파트. 이 아파트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상하고 탐욕스러운 50대 아재를 만나 세상 참 찌질한 괴물들이 많네, 그래 한 번 싸워보자!” 간만에 전투의지도 불태우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어쨌든 저는 이촌동의 한 허름한 아파트에 들어서며 기도했습니다.


“10년만 버텨주오. 그 누가 아무리 재개발, 재건축을 이야기해도 너는 버텨야 한다. 부디!”


그리고 1.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니 10년은커녕 5년도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울집 주인님은 좋아할 소식이지만 저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보게 되는 부동산 중개소의 매물 건을 보면 어이가 없어헛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아는만큼 보이는 게 아니라, 아는만큼 웃프다고 할까요1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이 동네 20평대 아파트의 매매가는 65천에서 7억 사이였습니다. 당연히 저와 마눌님은 미친 것 아냐?”하며 쳐다보지도 않았죠. 하물며 중개사 사장님도 이런 이야기를 했죠. “이거 다 거품이에요. 50대들이 퇴직한 다음 연금처럼 월세 받으려고 작은 평수를 말도 안 되는 금액에 사들이고 있어요.”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 아파트들의 매매가는 95천에서 10억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1년 사이 3억이 오른 겁니다.

그때 사야 했어.”

요즘 제 마눌님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입니다. 물론 불가능합니다. 그만한 돈이 어디 있어서? 그만한 돈이 설사 있다한들 그 쪼그매한 집에 그 많은 돈을 얹혀 놓는다구? 도대체 왜? 그래서 행복해질까?

그러나 곧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아주 무력하게..

우리 앞으로 어쩌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마눌님은 집이 없는 것이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일견 타당합니다. 같이 사는 사람으로 무시할 수 없는 감정입니다. 저 역시 헷갈립니다. 앞으로 적어도 10년 이상은 아무래도 용산 근처에서 전세든 월세든 자가든 살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이촌, 강남 같은 데는 절대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사라. 글로벌 수요가 집중되는 뉴욕, 런던처럼 강남이나 용산도 부자들의 수요가 많아 집값은 내리지 않는다. 별로 반박할 논리는 없습니다. 아니 반박할 논리는 무지 않은데 딱히 쉽게 내릴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 전 정말 아무 것도 모릅니다.

 

경제에 대한 무지.

사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저축이든 어쨌든 돈과 관련하여 저는 상당히 멍청합니다. 도대체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이 얼마나 되고, 펀드의 수익률은 어떻게 되며, 부동산은 쭉 월세와 전세로 살아야 하는 건지, 투자란 뭔지, 소득공제에서 난 왜 돈을 뱉어내야 하는지, 도대체 관심이 없던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은 잘 선용해야 하는 겁니다. 선용하기 위해서는 그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잘 모으고, 잘 빌리고, 잘 굴리고, 잘 써야 하는 것. 그게 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앞으로 경제뉴스를 뉴스놀이터의 중요한 축으로 사용해보려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일단 오늘은 강남 집값과 관련한 뉴스를 전합니다.

 



 

강남은 계획적으로 설계되었고, 그리하여 강남의 집값이 넘사벽수준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적 유동성 과잉, IMF 이후 김대중 정부의 무차별적 부동산 규제 철폐, 투기 심리를 부추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정책이 장벽을 너무도 높였다는 이야기도 전합니다. 물론 떨어질 때도 있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특히 2012,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9.5%나 떨어졌습니다. 한 곳이 떨어지면 다른 곳은 오릅니다. 그게 돈의 흐름입니다. 그 시절 대구, 부산, 광주 지역에서 투기 광풍이 불었습니다. 2014년 이후 지역 아파트 공급이 과다하게 이루어지면서 집값, 전세금이 동반 하락하고 미분양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유휴자금이 강남으로 집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초구 아파트 가격은 2016년 가을쯤 전고점(이전의 최고 가격)을 넘어섰고, 강남구와 송파구도 2017년 초 전고점을 돌파했습니다. 이것의 직접적 계기는 초이노믹스(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였습니다. LTV DTI 완화, 재건축 관련 규제 유명무실화. ‘빚을 내서 집 사라고 권유했습니다. 부동산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투기 심리 부추기기에 열중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정책이야말로 강남 집값 상승의 일등공신이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강남 집값 넘사벽의 원인은 그렇고, 그렇다면 어찌하란 말일까요? 이 기사는 인정하자고 말합니다. 강남의 인프라가 좋다는 걸 인정하고,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다는 걸 인정하자고 주장합니다. 강남 집값과 싸우려는 생각을 버리고, 보유세, 양도소득세, 임대소득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을 원칙대로 현실화하고 시행하자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강남이 누리는 서비스에 상응하는 비용을 강남이 납부하게 하는 것으로 정책을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겁니다.

어떠세요? 꽤 설득력 있는 주장 아닌가요?

 

다음으로 조선일보 기사를 하나 읽어보겠습니다. 앞의 글과 유사하게 강남 집값 잡으려 하지 말고 냅둬라라는 주장인데요, 근거가 조금은 구체적입니다.

 


 

근거는 이런 겁니다. 천당 밑에 분당있다는 말이 2000년대 중반 무렵 오갔는데요, 2010년 전후해 판교 신도시에 3만 가구가 입주한 여파로 가격이 30~40% 급락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문제는 공급, “지금이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새 주거 공간을 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이런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이런 질문이 들죠. 서울에 더 들어설 주거 공간이 있어?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가 이렇게 말합니다. “서울에는 어차피 재건축 외에 새로 집을 지을 땅이 없다. 재건축, 재개발을 촉진하고 대신 임대주택 비율 상향, 기부채납 강화 등으로 개발 이익을 사회에 환원토록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기부채납이 뭐지? 이런 질문이 드는 분이 있을 텐데요. 사실 기부는 무언가를 선물하는 것이고 채납은 선별해 받는다는 말로 약간 언어적인 모순이 있는데요. 국유재산법에 의하면 기부채납은 국가 외의 자가 재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국가에 이전해 국가가 이를 선별적으로 취득하는 것을 뜻합니다. 보통 국가나 지자체가 재개발, 재건축을 할 때 용적률 혜택을 주는 대신 개발자에게 요구하는 토지 공공성 책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를 보시죠.

 

한마디로 기부체납, 임대주택 비율 상향 등 공공적 의무를 늘리는 대신, 동시에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을 촉진하자는 논리인데요, 이에 대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런 주장을 합니다. “현재 강남에서만 재건축을 기대하는 아파트가 60여 단지 47천가구다. 재건축 사업을 통한 일반 분양분을 감안하면 7만 가구 정도의 새 아파트가 대기 상태인 셈이다. 그 절반 정도만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내면 아무리 콧대 높은 강남 새 아파트값이라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이 기사(뉴스 2)에는 집값의 또 다른 변수로 임대료를 말하는데요. 강남을 이야기할 때 흔히 뉴욕, 런던 등을 비유하는데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뉴욕 등 외국 주요 도시 고가 주택과 달리 임대료가 뒷받침을 하지 못해 '거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거죠. 실제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181월 서울 아파트 기준 69.3%인데요, 지난 1년간 서울 전체로는 5.4% 떨어졌는데, 강남·서초구는 9.5%, 송파구는 9.7%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게 뭘 의미할까요? 투기와 가수요가 넘치는 집값만 가파르게 올랐다는 거죠. 사실 임대료에는 가수요가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국면은 무시할 수 없는 구조적 변수입니다. 가령 한국은행은 인구 구조만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16~2025년 연평균 1.8%에서 2026~ 2035년에는 0.4%까지 급락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지갑이 엷어지고, 당연하게도 집을 사거나, 빌리거나 할 돈의 규모도 즐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도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거죠. 이런 배경에서 강남 집값만 독야청청한다? 문득 일본의 1990년대가 떠오르는 군요. 모두가 알다시피 일본은 1990년대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꺼졌고, 도쿄 등 대도시는 여전히 20년 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정리는 여기까지입니다. 좀 더 공부를 해야겠지만 저의 잠정적 결론

첫째, 서울의 공급을 늘려라. 대신 쫌 공원도 많고, 임대주택도 많은 그런 정책과 함께 해라. 그래야 나도 어떻게 서울 한 켠에 자리잡을 것 아니냐. (하~ 고럼 우리집의 재건축도 허해야 겠군. 울집만 쫌 늦어지면 안될까?)

둘째, 그들만의 리그에 나도 한번 껴볼까?” 꿈도 꾸지 마라. 그랬다가 대박 쪽박 맞을 수 있다. 지금은 분명 거품이 너무 많이 꼈다. 투자는 필요하지만, 투기는 나의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