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대해 너무도 많은 이야기들과 전망이 쏟아집니다. 무엇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난감할 때는 개인적으로 좋았던 기사들, 남들이 많이 공감한 기사를 따라가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하나 따라가 보겠습니다. 우선 첫번째 이야기는 "오가닉미디어랩"에 게재된 리포트입니다.
이 이야기의 전제는 이런 겁니다.
1. 비트코인을 비롯한 블록체인에 대한 일반의 이해는 오해에 가깝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을 암호화 화폐(cryptocurrency)의 관점에서 투기 대상으로만 본다든지, 분산장부(distributed ledger) 관점에서 기존 회계 시스템을 더욱 효율화하고 고도화할 기술로만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는 거죠.
2. 이런 오해가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를 무시하게 된다. 그러면서 금융, 조직, 경제, 사회에 가져올 혁명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에는 아무래도 주장과 희망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이야기니깐요.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 세가지로 압축됩니다.
하나. 정보의 인터넷을 넘어 자산의 인터넷 시대 : 블록체인은 자산(가치)를 안정하게 저장할 수 있고, 그리하여 자산의 인터넷 시대가 펼쳐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둘. 스마트 계약 시대 : 이렇게 저장된 자산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금융, 부동산, 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컴퓨터 명령어로 계약을 시행하기 때문에 조건이 충족되는 즉시 계약을 시행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거래 당사자가 서로 믿지 못하는 경우에도 중개자없이 직접적인 거래가 보장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차를 장기대여하고 매월 대여료를 받는 거래를 생각해 보면, 가장 큰 위험은 거래 상대방이 대여료를 내지 않는 것이죠.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면 대여료가 한달이상 연체되었을때 차문이 열리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셋. 협업의 시대 : 블록체인은 협업하고 조직화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 컨트랙트와 암호화 화폐에 기반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조직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기존의 조직에 비해 더 민주적이고, 공평하고, 효율적이며, 유연한 조직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자.. 이 주장이 사실일까요? 사실인지 아닌지,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단 블록체인이 뭔지 알아야겠죠. 그래서 다음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
블록체인은 각각의 거래 정보를 하나의 덩어리(블록)로 보고 이것을 디지털 파일 형태로 줄지어 연결한(체인) 거래 장부라 합니다. 개인과 개인이 서로 직접 거래하는 ‘P2P(Peer to Peer) 방식’으로 참여하는 사람 모두에게 거래 내용이 공개되는 게 특징인데요. 언뜻 생각하면 만인에게 노출돼 더 위험할 것 같지만 사실 이는 훨씬 안전하다고 합니다. 가령 지금 블록체인의 대표 상징이 된 비트코인. 이것은 2009년 발행 당시 10분에 50비트코인씩 생성됐고 4년마다 10분당 발행량이 반으로 줄도록 설계되었는데요. 2040년 총 2100만 비트코인을 달성되면 발행이 끝난다고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런 비트코인의 발행량과 거래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데요, 새로운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정보는 갱신되고 모든 참여자에게 도달한다고 하구요, 10분마다 생성되는 개별 블록 역시 10분 동안 일어난 모든 거래 정보를 담고 있다 하네요. 이 블록이라는게 무지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 연산으로 잠겨있기 때문에 이를 풀면 일정량의 비트코인이 상금으로 지급되는데요. 마치 게임 같죠? 이 게임을 풀이하는 과정이 바로 채굴입니다. 채굴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여러 채굴자가 함께 해독했다면 기여도에 따라 상금을 나눠갖는다고 하네요. 특정 개인, 집단이 블록의 정보를 채굴하면 그 즉시 모든 채굴자들에게 정보가 공유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장부가 공개, 공유되다보니,누군가의 컴퓨터 속 블록을 해킹해 공격해도 다른 컴퓨터에 온전한 장부가 남아있어 조작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체 블록의 과반수 이상(51%)을 동시에 바꾸면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현존하는 컴퓨터 자원으로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좀 이해가 되셨나요?
여기까지 읽다보면 블록체인이라는 게 인터넷 상에서 개인과 개인의 공식적 거래, 소통, 관계에서 누군가(무언가)의 매개 없이 직접 거래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으로 보이는데요. 블록체인 기술은 ‘알고리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인터넷파일 공유시스템 등은 물론 선거와 같은 사회 시스템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나 스페인의 신생정당 포데모스 등은 이미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해지는데요. 개인이 직접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된 블록을 이용해 투표정보를 저장하고 이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이용한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필요없으며, 비트코인의 사례처럼 조작이 불가능해 완전 비밀선거가 가능하다는 거죠.
이즈음되면 이런 질문이 생기게 됩니다. 블록체인하면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생각나고, 블록체인과 관련해서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도 바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가상화폐)의 관계인데요, 암호화폐는 이 블록체인 시스템에 꼭 필요한 것일까요?
지난 주에 JTBC<뉴스룸>에서 긴급 편성한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도 바로 이 부분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갈라졌습니다. 이 토론회는 적어도 가상통화, 블록체인에 있어 꽤 많은 정보와 고민을 선사하는 이야기로 가득한데요, 70분의 런닝타임 치고 가성비가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아직 안봤다면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일단 재미있습니다.
이 토론회에서 중간 즈음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관계에 대해 팽팽한 논쟁이 붙었는데 이와 관련해서 두 의견을 들어보시죠. 일단 정재승 교수는 블록체인만 살리고 가상화폐는 엄격하게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이야기에 반대하면서 운을 뗍니다. 이후부터는 이에 대한 갑론을박입니다.
정재승 교수 : 암호경제 생태계에서 블록체인이라는 ‘꽃’만 놔두고 암호경제라는 ‘벌’은 죽이자고 말하는 게 잘 맞지 않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것들 중 하나(가상화폐)를 도려내면 블록체인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대표 : 블록체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개인들에 대한 보상책으로 코인이 주어져야 한다. 보상이 있어야 발전을 한다는 것을 넘어서 개인에게 보상을 주지 않으면 (블록체인은) 발전 하지 않는다. 이 보상책을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코인이 아닌 다른 보상책으로 대신할 수 있겠나?
유시민 작가 : 암호 화폐 시장에서 누가 돈을 벌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암호 화폐를 통해 돈을 끌어 모으는 사람은 채굴기업과 채굴기업에 지분을 가진 기업, 중개소(거래소 아니다)를 설립한 사람들과 지분을 가진 기업들이며 마지막으로 상속세 한 푼도 안 내고 전자지갑에 넣어서 지분을 넘기는 사람들, 영민하고 운이 좋은 일반 투자자다. 결국 초점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분리 여부다. 전 분리된다고 본다. 가령 문화콘텐츠(음원, 출판 판매부수) 이용, 구독에 대한 정보를 참여자들이 중앙서버 없이도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아이디어의 경우 굳이 암호화폐가 필요 없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분리되지 않는다면, 분리할 수 없다면 폐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회적 효용보다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정재승 교수 : 블록체인을 현실화하기 위해 암호 화폐를 방법론으로 마련했는데 이거 말고 다른 게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개인과 거래함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 거다. 이 경제시스템에 화폐가 필요없다 할 수 없는 거다. 그 생태계 돌아가기 위해 암호화폐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음. 이 토론을 보고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1. 블록체인에 있어 암호화폐는 중요한 인센티브 수단이다. 그러나 인센티브 수단으로서 암호화폐가 주식시장처럼 운용되는 것은 너무 낡고 위험한 것 아닐까?
2. 비트코인으로 은유되는 암호 화폐의 버블이 꺼져야 블록체인이 창의적으로 비즈니스와 공공역역에 선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3. 결국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의 중요한 인센티브 수단이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는 소통과 매매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득보다 실이 많았죠. 먹는 놈이 계속 먹고, 빼앗기는 놈은 계속 빼앗기는 체계의 공고화도 그것의 결과물인 거구요.
블록체인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금융 경제체계가 만약 그 다음을 꿈꾼다면 화폐의 선용, 즉 화폐는 투명하고 공정한 교환과 선물과 증여의 수단이지, 투자, 투기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사회전체적으로 분명하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블록체인을 가지고 국가의 권력을 개인에게 분산한다는 이런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는 적어도 '나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국가가 있는가? 왜 공동체가 있는가? 김진화 대표의 이야기처럼 인간은 인센티브가 있어야 움직이고, 때로는 사악하고, 욕망은 끝이 없고, 금융 시스템이 이 사악함과 욕망을 부추겨야 가능한 시스템이라면, 가상화폐든 무슨화폐든 국가가 아니라 개인, 시장에게 힘을 넘길 경우 그것은 모든 개인이 아니라 소수의사악하고, 똑똑하며, 욕망에 끝이 없는 그러니깐 괴물같은 인간들에게 힘이 좀 더 집중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첫 번째 기사로 돌아갑니다. <블록체인이 꿈꾸는 세상>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중개상의 종말, 계층구조의 종말, 경계의 종말. 바로 이것이 블록체인이 꿈꾸는 세상이다.
머리가 나빠서인지, 꿈이 짜잘해서 그런지 아직 블록체인이 꿈꾸는 세계가 무언지 , 그런게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직 하나, 중개상의 종말(?)만 조금 이해할 뿐입니다. 제 나와바리에서 이야기를 하면 블록체인이 구글, 네이버와 같이 너무 커져버린 중개상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기술로 자리매김하면 좋긴 좋을 것 같습니다. 또다시 계층구조가 생기고 또다른 경계가 생기겠지만, 오늘보다 나은 미디어 시스템, 금융 시스템, 사회 시스템에 블록체인이 선용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암호화폐=비트코인=자산가치 투자=투기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비트코인 광풍에 대한 조한혜정 선생님의 칼럼으로 마무리합니다.
비트코인 광풍이 거래소를 넘어 진정 정치, 경제, 사회적 지형에서 우리의 미래를 고민하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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