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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예상치 않았던 여정, 로잔으로 가는 길 아침이 밝았다. 새벽 6시 눈을 떠 테라스에 앉아 홀로 책을 본다. 그녀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체르마트의 아침, 아름다운 풍경이다. 시원한 공기, 청명한 하늘, 지저귀는 새소리, 이를 풍경으로 나는 금년에 출판하게 될 원고의 초안을 읽는다. 넓은 베란다, 시원한 테라스, 그리고 아침의 마테호른. 조용하고 굉장히 멋지다. 어제 새벽 한 무리의 청년 여행객들이 새벽 늦게까지 이 조용한 공간에서 시끄러운 음악과 고함을 지르며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풍경을 자아냈던 것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새벽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일당의 무리들이 잠의 세계로 퇴장하자 새벽 6시 체르마트에 남아 있는 것은 침묵과 고요,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바람 소리, 새 소리뿐이다. 이 고요함이 마음에 든다. 그녀는 눈을 뜨자 창문을.. 더보기
공항으로 가는 길 처음 스위스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을 때 계획은 오롯이 체르마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준비를 시작하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더군요. ‘다시 스위스에 올 날이 언제일지 기약할 수 없다는 조바심, 꽤 먼 길을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왔다는 생각’ 이런 마음이 체르마트만을 오롯이 여정의 시작이자 종착점으로 기획할 수 없게 만드는 거지요. “저 스위스 갑니다.” 이 말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 역시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융프라우호에서 신라면은 먹어봐야 한다, 베른에서 꼭 자전거를 타야 한다, 레만 호수의 올레길은 죽기 전에 가봐야 하는 곳이다, 중세시대를 느낄 수 있는 장트르 갈렌은 숨은 명소다, 세인트모리츠에서 체르마트까지 빙하특급은 꼭 타야 한다, 하이드의 마을 마이.. 더보기
마흔, 다시 여행 2015년, 마흔이라는 나이는 나의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분기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분기점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마흔이 되면 이래야지 하는 굳은 결의가 있었던 것도 물론 아니구요. 하지만 마흔 살이라는 작은 언덕을 건너면서 이제껏 걸어온 길과 다른 길이 펼쳐질 거라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이런 막연한 예감은 대부분 비껴가는 일이 없습니다. 물론 어제와 다른 길 위에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는 오롯이 내 선택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 역시 내가져야 하는 것들입니다. 싫든 좋든 마흔이라는 작은 봉우리 위에서 내가 선택하는 길은 좋든 싫든 돌이킬 수 없는 것이고, 빽도가 불가능하며, 그것이 바로 인생이기 때문입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