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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반갑다 취리히! 비행기에서의 오랜 시간이 부여한 감정들. 피곤함과 무력감. 문득 나의 삶이 자주 지금과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생각을 한다. 무표정한 사람들, 엔진소리의 건조함, 변함없는 창밖 풍경, 비좁은 좌석. 시간대별로 먹게 되는 맛없는 기내식. 처음에 이 비행기에 탑승할 때는 목표도 있었고 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버티고 있을 뿐이다. 어디로 가는지 처음의 설렘은 사라졌다. 그냥 비좁은 좌석에서 몸을 비틀며 버티고 있을 뿐이다. 취리히 행 비행기에서 느낀 피로는 그 공간을 넘어 그것이 바로 내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닌지 그런 생각으로 번졌다. 안전벨트 등이 켜졌고 얼마 후면 취리히에 도착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고, 나는 생각보다 들뜨지 않았다. 얼마의 돈을 지불하고 .. 더보기
모스크바를 지나면서 비행기를 탈 때 늘 손에 작은 노트 하나와 책 한 권을 놓아둡니다. 막상 비행기가 비상하면 거의 아무 것도 보지도, 쓰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왜 그럴까, 잠깐 생각해봅니다.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없다면 비행기타기 놀이가 매우 지루할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행, 책, 수첩 이것은 저를 설레게 하는 3종 세트인거죠. 모스크바를 경유해 취리히로 가는 비행기에서 제 손에 쥐어진 책은 무라카미하루키의 였습니다. 는 제가 하루키 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책을 가지고 갈까, 생각하다 이 책을 결정했던 것은 당시 마지막으로 수정 중이었던 원고와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정말 출간할 수 있는 걸까, 출간한다면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