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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펠알프

저 마을에 언제쯤 도착할까? 리펠알프에서 체르마트로 얼마나 걸었을까? 이정표에 쓰여져 있던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겨 우리는 리펠알프(Riffelalp)에 도착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리펠알프리조트에 도착했다. 리조트 앞 카페 바스코(Basco)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보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이 보는 책은 왠지 세상과 두뼘쯤 떨어진 이야기일 듯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파란 하늘, 흰 설산을 향해 넓게 펼쳐진 노란 우산에 앉아 퐁듀를 시킨다. 부글부글 끓는 노란 치즈탕에 식빵을 데쳐 먹는 퐁듀는 예상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던 것처럼 짜기만 했다. 그래도 지나온 길을 떠올려보면 이 정도 짠 퐁듀야 참을만 했다. 너무 짜 표정이 일그러질 때면 맥주 한 잔으로 위안을 삼는다. 짠 치즈와 시원한 맥주가 들어가면서 그녀의 공.. 더보기
두려움과 놀라움 사이,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Bahn) 눈을 떴다. 새 소리가 들린다. 주변은 고요하다. 창문 밖으로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칠해진 산야와 들판과 하늘이 자리하고 있다. 해는 언제 지고 언제 뜬 것일까? 인간이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해는 졌고 다시 떴다. 그렇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한참을 가만히 누워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새소리와 함께 창문 밖에서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여행은 몸을 변화시킨다. 시간과 공간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신기한 현상이다. 테라스로 나가 마테호른을 마주한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사이에 우뚝 솟아오른 대지의 여신은 “굿모닝”하며 씩씩하게 아침 인사를 건낸다. 오늘 우리는 이 친구에게 좀 더 가까이 갈 예정이다. 아침으로 치즈와 빵과 요플레를 먹는다. 마테호른을 마주한 테라스에서 춤을 추고 싶다는 생.. 더보기